[사랑을 나누는 사람] “타기 지겹던 오토바이가 이젠 길거리 사역 도구로 오늘도 말씀 싣고 누벼요”

폐지 줍는 노인·노숙인 돕는 예상해 목사

[사랑을 나누는 사람] “타기 지겹던 오토바이가 이젠 길거리 사역 도구로 오늘도 말씀 싣고 누벼요” 기사의 사진
오토바이를 탄 예상해 길사람교회 목사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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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며칠 안 보이시던데 어디 아프셨어요.”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양재역 부근.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난 길사람교회 예상해(45) 목사가 안부를 묻자 폐지를 주워 손수레에 싣던 70대 김모씨가 감기 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고 목사님, 감기몸살 때문에 며칠 일을 못 나왔어요. 몸이 이곳저곳 쑤시고 아픈데 기도 좀 해주세요.”

기도 부탁에 예 목사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아픈 부위에 손을 얹었다.

“하나님. 김 선생님을 치료해 주세요. 힘들고 고달픈 삶입니다.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잠시 뒤 홍삼주스와 귤, 사탕, 빵, 과자 등이 든 비닐봉지를 건넸다. 양말과 장갑, 안전조끼도 나눠줬다. 끌고 다니는 손수레의 안전을 위해 야광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런 성의에 김씨를 비롯한 어르신들은 어떻게라도 보답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예 목사는 그저 “하나님께 감사드리세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필요한 걸 제공 받다 보면 언젠가 ‘내가 관심을 받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요. 나중에 한 번이라도 복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무엇이 예 목사를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사역으로 이끌었을까.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집안 형편이 크게 어려워졌어요. 일흔이 넘은 노모를 모실 수 없는 상황이 돼 공부를 그만두고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 배달, 공사장 인부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다. 노숙을 한 적도 있다. 이런 ‘광야’ 생활은 6년간 계속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다.

그렇게 시련을 겪고 그는 다시 교회사역에 복귀할 기회를 얻었다. 이때 만난 교회가 서울 동작구 노숙인 사역단체인 길벗교회다. 서울신학대 김희성 명예교수가 개척한 교회에서 그는 노숙인과 함께 지냈다. 이때 그의 목회관에 변화가 일어났다.

“전에는 사람들을 많이 전도해 예배당을 꽉 채우는 게 목회를 잘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노숙인을 만나고 사역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에 든 생각이 있었어요. 신앙은 이론이 아닌 실천입니다. 목회자의 삶도 예수 사랑을 실천하는 진실된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거리사역을 준비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인도하심을 구하자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이게 하셨다.

“기도 가운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예수님처럼 보였어요. 예수님이 저를 부르시는 것 같았어요. ‘아, 저분들을 섬겨야겠다’고 결심했죠.”

성경을 펼치자 로마서 1장 5절 말씀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가 은혜와 사도의 직분을 받아 그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이방인 중에 믿어 순종하게 하나니.”

그렇게 응답을 받고 2016년 10월 길사람교회를 개척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쉴 새 없이 골목을 활보했다. 생계 때문에 지겹도록 타서 쳐다보기도 싫던 오토바이가 소중한 사역 도구가 됐다.

예 목사는 주일이면 양재역 부근 공터에서 길거리예배를 드린다. 교회 간판도 공간이나 등록 성도도 없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가 그의 전도 대상자요 성도이다.

기타를 치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를 신명나게 부른다. 말씀도 선포한다. 자신의 찬양과 설교를 듣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한 번만 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교회를 개척해 교인 100명이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길에 나서면 하루에도 100명 이상 만날 수 있어요. 신나는 전도활동이지요.”

예 목사는 서울신학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M.Div.)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늘 장학생이었다. 그의 꿈은 미국 유학을 다녀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런 꿈을 모두 접었다.

“이제 사람 눈치 같은 건 보지 않고 살렵니다. 인정받는 목회자의 삶이 무엇일까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선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가 제 삶의 기준이고 나아갈 목회 방향입니다.”

교회 이름 ‘길사람교회’에서 ‘길’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다니는 길과 요한복음 14장 6절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는 구절에 있는 길, 즉 예수님을 의미한다.

예 목사는 주중에 퀵 서비스 일을 한다. 생계를 잇고 어르신들의 간식비용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길 위에서 저를 기다리는 성도를 생각하면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새해도 또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며 노숙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복음을 전해야죠. 2018년이란 시간도, 삶을 살아가는 우리도 모두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 위에 있는 거니까요.”

예 목사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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