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10년 전에 그린 2018년 기사의 사진
10년 전인 2008년에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산하 싱크탱크인 유엔미래포럼(the Millennium Project)이 발간한 ‘미리 가본 2018년 유엔미래보고서’다. 유엔미래포럼은 1996년부터 매년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를 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각국 최고위급 의사결정자들이 정책 참고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2008년 12월 드디어 나온 한국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도서 목록에 포함됐을 정도로 화제였다.

10년 전 예측한 2018년은 이렇다. ‘인구가 줄면서 부동산 거품이 꺼져 아파트 값이 폭락한다. IT 기술이 발달해 새로운 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된다. 북한에 정보화가 진행돼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권력의 변화가 감지된다. 여성이 소비의 중심이 된다.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려 2020년이면 언론인 대부분이 사라진다….’

이 중에서 신 직접민주주의, 집단지성, 똑똑한 군중 같은 용어는 촛불시위를 예견한 것 같아 놀랍기까지 하다. 인터넷 댓글의 영향력이 커져 목소리 큰 사람이 힘을 얻는 소수민주주의가 우려된다는 구절도 상당히 예리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져올 변화는 거의 정확하게 짚었다. 물론 틀린 예측도 있긴 하다. 부동산 값이나 북한의 변화가 그렇다. 하지만 일반적인 흐름을 가로막는 특수한 상황이 개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을 예측하는 것은 학자가 아니라 점쟁이의 몫이다.

미래학(futurology)을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예언이나 SF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연말에 상투적으로 신문 한쪽 구석을 장식했던 ‘기술발전으로 바뀐 미래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가상 기사에 익숙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이 제시한 방법론에 충격을 받았다. 인구의 증감과 구성비의 변화, 평균수명과 출산율의 경향성 같은 공개된 통계수치를 해석하고 진단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2018년은 인공지능이 일으킨 핵전쟁으로 인류가 심판을 받는 해다. 사람들은 신년 달력을 보며 위대한 개츠비가 찾아다녔던 황홀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에서 2018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터이다. 담담하게 미래를 짚는 방법론으로 무장하면 지난해보다 조금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을까.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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