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보내는 덕담 기사의 사진
지난주, 중학교 3학년인 딸이 학교로부터 받은 문자를 내게 전달했다. 딸이 다니는 중학교 3학년생 144명 전원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보면서 문득 작년 초에 딸의 담임선생님이 학부형들을 불러 놓고 해주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중3이 졸업하면서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다. 성적 하위 5∼7%는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 허가를 받지 못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야만 한다. 그러니 아이 성적이 좋지 않은 학부형들은 꼭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

당시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꽤나 불쾌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왜 선생님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마치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을 못한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규정하고 말을 하는지였다. 둘째는 왜 공교육에 있는 선생님이 학생들의 학업을 사교육에 떠넘기는지였다. 나는 그때 선생님에게 불쾌감을 표시하면 혹시나 내 딸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을지 두려워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인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궁금증이 하나 생겼고, 반드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야만 했다. “중3인 2002년생은 이전 연도들에 비해 수가 거의 15만명 이상 줄었는데 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학생이 생기죠? 고등학교 정원이 주나요?”

선생님의 답변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모든 졸업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학원에 보내라는 말씀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나는 내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을 힐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수학을 가르치는 일선 중학교의 선생님이 학령인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것이 학교 교육현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아는 것이 더 이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왜 실업계 고등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30년 전보다도 못하게 평가받도록 만들고 말았는지? 왜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은 것으로 스스로를 폄훼하도록 만들어 버렸는지? 그리고 학령인구가 초등학교 교사를 더 이상 뽑지 못할 정도로 줄어든 것이 이미 10년이 넘은 일인데 도대체 왜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지?

세 가지 비판 가운데 공교육의 질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게다가 별다른 해결책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른 두 가지에 군소리를 좀 해야겠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마치 일반계 고등학교를 가지 못해서 가는 것과 같이 인식되는데, 중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이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해진 상황은 올해 실업계 고등학교는 신입생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실업계 고등학교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들 가운데 소위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학교 역시 신입생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향후 15년간 올해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아이들보다 학생의 수가 많을 해는 없다. 앞으로 중학교를 졸업할 아이들의 수는 계속 줄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실업계 고등학교와 많은 수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정원을 못 채우는 해가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중되는 운영난으로 폐교를 하거나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하려는 학교들이 속출할 것이다.

필자는 정말로 궁금하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은 인지하고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대비를 해 왔는가. 안타깝지만 작년에 발생한 서울시 초등학교 신규 교원 임용대란을 생각해 보면 서울시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이 줄어들어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을 학교들 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상황이 좋지 않음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할 일이기 때문인 것이다.

필자의 지적을 비판이나 간섭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새해에 꼭 들어야 할 덕담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올해 혹은 늦어도 내년에 실업계 고등학교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 위기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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