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OPEC ‘감산동맹’, 美 셰일가스 공세 버텨낼까… 올 유가 전망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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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브렌트유 배럴당 58달러… WTI 54달러” 소폭 상승 예측

60달러 선에서 출발한 올 유가
감산 효과 지속될지는 미지수
산유국 대오 이탈 여부도 관건

베네수엘라 디폴트 위기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해 유가 좌우할 주요 변수로

지난해 국제유가는 8년 만에 감산 카드를 꺼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셰일오일로 무장한 미국의 줄다리기로 요동쳤다. 올해도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이행 여부와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 따라 큰 흐름이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를 들썩이게 할주요 변수로 꼽힌다.

OPEC 감산으로 유가 부양 일단 성공?

OPEC은 2016년 11월 30일 제171차 총회에서 전격적으로 감산을 결의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OPEC의 시장 방어 전략이 달라졌음을 의미했다. 이듬해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키로 한 OPEC은 그 전까지 미국 셰일오일의 파상공세에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출혈을 감수했던 점유율 방어에서 유가 부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OPEC의 결의가 있고 10일 후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비(非)OPEC 11개국도 하루 60만 배럴을 감산키로 하면서 주요 산유국 간 ‘오일 동맹’이 체결됐다.

지난해 5월 25일 제172차 OPEC 총회에선 감산 기간을 올해 3월까지로 9개월 연장했고 같은 해 11월 30일 제173차 총회에선 감산 기간을 다시 올해 말로 9개월 더 늘렸다.

당초 감산 결의 자체가 불투명했던 산유국들이 재연장에 동의한 것은 글로벌 석유 재고량이 생각만큼 줄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이 악화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일례로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섰던 사우디의 지난해 공공부채는 1154억 달러(GDP의 17.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말 공공부채가 118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8.8배 정도 증가했다.

감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우디의 절박한 처지 역시 감산 연장의 또 다른 배경이다. 사우디의 실질적 국왕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비전 2030’을 발표해 2020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통해 비전 2030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균형 재정을 위해 국가 수입을 증대시키거나 아람코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선 국제유가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감산 노력은 지난해 6월 유가가 40달러대로 추락하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과 첫 감산 결정 시 예외를 인정받았던 리비아, 나이지리아의 증산으로 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미국은 기술 혁신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 유가를 지속적으로 낮춰 왔다. 2015년 셰일오일의 평균 손익분기점은 국제유가 70달러 정도였으나 현재는 50달러 안팎으로 낮아져 생산이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유가가 2년 반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데는 수요 증가, 중동 정세 불안 외에 감산 재연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업용 석유 재고가 지난해 1월 30억6400만 배럴에서 10월 29억4000만 배럴로 감소한 것 역시 감산으로 석유 수급이 타이트해졌음을 나타낸다. 10월 OECD 상업용 석유 재고는 201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美 셰일 공세, 산유국 대오 유지 여부가 변수

새해 유가는 60달러 위에서 출발했지만 감산 효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먼저 미국의 셰일오일 공세가 감산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미국의 지난해 1월 첫째주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894만6000배럴이었으나 12월 넷째주 하루 평균 생산량은 975만4000배럴이었다. 이는 역대 최대로, 조만간 하루 1000만 배럴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을 포함한 OPEC 비회원국들의 산유량은 하루 16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글로벌 원유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20만 배럴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록 하반기에 수요가 공급을 20만 배럴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연간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 IEA는 “원유 수급이 빠듯하길 바라는 이에게는 행복한 새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감산 효과가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감산에 합의한 주요 산유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 시간이 갈수록 내부에서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에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시한이 1년 이상 남았지만 6월까지 시장이 재조정될 경우 2019년 이전에 감산 합의를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감산 재연장을 앞두고 러시아 석유회사 관계자들이 3월 말로 감산을 종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OPEC-비OPEC 감산 합의의 석유 시장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OPEC의 과거 생산 쿼터와 실제 원유 생산량을 비교하면 생산 쿼터가 실제로 준수된 적은 거의 없었다. 보고서는 “석유 1, 2차 파동 이후인 1984년부터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시기인 2011년 전후 OPEC 생산 쿼터와 실제 산유량을 비교한 결과 생산 쿼터가 엄격히 준수된 시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제174차 OPEC 총회에 앞서 감산 출구전략이 마련돼 총회에 제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디폴트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감소 등 가격을 끌어올릴 요인도 만만치 않다. 베네수엘라는 투자 부족으로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182만 배럴을 생산해 198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디폴트 선언 시 원유 생산이 하루 100만 배럴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밖에 사우디-이란 갈등,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대규모 숙청에 따른 사우디 국내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 역시 유가 상승의 진원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선 대체로 올해 유가가 상승을 지속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15개 투자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유가 전망에서 브렌트유는 지난해 평균 배럴당 54달러에서 올해는 58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WTI는 51달러에서 54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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