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소문내고 싶은 핵단추 기사의 사진
핵가방을 의미하는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은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통제권을 상징한다. 20㎏ 정도의 알루미늄 가방을 검은색 가죽 케이스에 담아 현역 군인인 부관(aide-de-camp)이 들고 다닌다. 안에는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승인하는 비밀번호가 들어 있다. 대통령의 부관은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친 고위 장교만 될 수 있다. 이를 포함해 관련된 모든 사항이 1급 비밀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백악관을 벗어나면 무조건 바로 옆에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복 차림으로 검은 가방을 든 군인의 모습은 언론에 심심찮게 노출된다. 해외순방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는 미국 대통령과 함께 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에 방송되는 것은 물론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파티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러시아도 거의 비슷한 대통령의 핵무기 통제권을 운용한다. 이름만 달라 러시아 대통령의 핵가방은 체겟(cheget)이다.

같은 핵보유국이지만 힘이 부족한 영국은 매우 비장하다. 영국 총리의 핵무기 통제권은 최후 수단의 편지(letters of last resort)라고 불린다. 국토가 좁은 영국의 핵억지력은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으로 완성된다. 이론적으로 뱅가드급 핵잠수함 4척은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중 최소한 1척은 반드시 임무수행 중이다. 영국 총리는 취임식을 마치면 곧바로 집무실로 가 이들 잠수함 함장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한다. 전 세계 160곳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에서는 런던이 핵공격을 받아 정부가 붕괴됐을 때 이 편지를 개봉한다. 이미 죽은 총리가 살아 있을 때 승인한 핵미사일 발사 명령서다. 영국인은 이를 영국 정부의 마지막 명령이라고 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도 2016년 취임 직후 이 편지 4장을 손으로 써 함장 4명에게 보냈다. 영국 정부는 새 총리 취임 때마다 그랬듯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핵가방은 최고의 권력을 상징하는 단어다. 냉전시대 세계경찰의 보안관은 늘 핵가방이라는 권총을 차고 다녔다. 1급 비밀이라면서 눈에 확 띄는 제복에 늘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은 권총이 여기 있다고 외치기 위해서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권총을 만지작거리는 김정은이다. 핵단추 존재를 알리고 싶어 평창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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