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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조진구] 한·일 정상의 책임공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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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이하 TF)가 5개월간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격랑 속으로 내던져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차와 내용 면에서 중대한 흠결이 있는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파기 선언’으로 비쳐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교섭과정 공개에 불쾌감을 표하면서 합의 유지 이외에 정책적 선택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합의 경위와 내용을 검토해 온 TF는 합의의 불균형성을 비판했지만, 초점은 박근혜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실패에 맞춰져 있고, 일본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억제돼 있었다. 또한 피해자의 의사와 입장을 수렴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외교부는 2015년 한 해에만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단체와 ‘협의, 면담, 및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합의 이후 일본 정부 출연금의 지급과정(피해자에 대한 현금지급사업)에서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화해치유재단은 생존 피해자 개인별로 1∼7차례 면담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7명 가운데 수령을 거부한 9명과 건강악화로 의사표시가 곤란해진 경우, 합의 후 사망했으나 유족이 없는 경우를 제외한 34명에게 이미 현금 지급이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합의의 긍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현금 수령의 권유와 설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존 피해자의 70% 이상이 현금 수령에 동의했다는 점은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TF는 합의 내용의 ‘비공개 부분’에서 피해자 관련단체 설득,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제3국 기림비, ‘성노예’ 용어 등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일본 측의 요청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제기했던 이면합의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문 대통령은 ‘비공개 합의’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공식적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지만, 이것은 합의과정에서 양측 입장을 확인한 대화일 뿐이다.

한·일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책임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이라는 3대 핵심 사항과 더불어 ‘모든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가 위안부 합의의 두 축이지만, 지난 2년 동안 양국 정부가 자신들의 책무를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고 말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나 관련단체는 물론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일본 측의 자의적 해석과 주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반론하지 않았다. 합의 당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발언을 통해, 그리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아베 신조 총리는 그 뒤 국회에서 이에 반하는 발언을 해 한국 국민을 실망시켰다. 한국 정부 설립 재단에 대한 10억엔 거출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다했다는 왜곡된 설명을 반복했던 것도 일본 정부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일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70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도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마음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최 시기가 불확실한 한·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의 조기 일본 방문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6년여 만에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면 한국과 대통령에 대한 일본 국민의 친근감을 높일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정책 비전인 ‘평화 공존과 공존 번영’은 일본의 협력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조진구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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