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겨울철새와 AI 기사의 사진
철새는 겨울의 진객이다. 만물이 움츠러드는 겨울, 이역만리를 날아와 전국의 강과 호수, 해안습지 등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수만,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이 펼치는 군무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서 기록된 새는 522종이다. 4계절 내내 관찰되는 텃새는 40여 종에 불과하고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가 대부분이다. 철새는 여름철새, 겨울철새, 봄·가을에 한반도를 거쳐 가는 통과철새 등으로 나뉘는데 겨울철새가 가장 많다. 기러기류, 오리류, 고니류, 두루미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극동 러시아 북부, 중국 내몽골과 헤이룽장성 등 북쪽 지방에서 산란해 새끼를 키우다 겨울이 다가오면 혹독한 추위를 피해 길게는 수천㎞를 날아 우리나라로 이동해 온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철새도래지 200여 곳에서 매년 겨울 동시에 조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1월에는 190종 133만여 마리가 관찰됐다. 겨울철새들은 이른 봄이 되면 산란지인 북쪽 고향으로 돌아간다.

귀한 손님 겨울철새들이 언제부턴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닭, 오리 등 가금류에 피해를 주는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의 주요 매개원으로 알려져서다. AI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가 낮은 환경에서 생존력이 길어 겨울에 활성화된다. 2014년 이후 매년 고병원성 AI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전국 50개 시·군 900여 농가에서 가금류 3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고병원성 AI는 이번 겨울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오리 사육 밀집지역인 전남 영암과 나주, 전북 고창 등에서 벌써 8건 발생했다. 주요 철새도래지에서는 방역소독이 한창이다. 정부는 철새도래지 반경 3㎞ 이내에는 신규 가금농가 진입을 차단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AI는 공장식 밀집 사육과 방심이 부른 인재인데 철새들이 애꿎게도 지나친 눈총을 받고 있다.

글=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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