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핫라인 기사의 사진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한국과 미국 언론이 거의 취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선 북·미 간 핫라인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미 의회 의회조사국(CRS)이 내놓은 제안이었다. 초당적 자세를 견지하는 CRS의 의견은 워싱턴에서 제법 무게가 있다. CRS는 ‘가능한 미국의 대북정책 접근’이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6자회담 재개 등으로 대북 외교 접촉 강화를 권고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니 북·미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우선 핫라인 설치를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나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 등에 묻혀버렸다.

핫라인은 핵무기와 관련 있다. 핵무기는 국제 정치·외교 그 자체이다. 그러니 핫라인 설치는 상당한 수준의 정치·외교 행위다. 여기에도 등급이 있다. 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최고위급 정치다. 백악관과 크렘린궁 사이에 1963년 처음으로 핫라인이 설치됐다. 그전 해 쿠바 위기를 겪으면서 양쪽 다 일촉즉발 위기 시 상대방 의도를 확인하기 위한 비상수단을 절감했다. 냉전 때부터 핵 강국인 미·러는 각각 핵보유국인 영국·중국·인도, 중국·영국·프랑스와 채널을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과 인도는 외교장관 핫라인이 있다.

한국은 2015년 12월 중국과 국방 핫라인을 개설했다. 그런데 먹통이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해도 울리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한 거다. 물론 미·일과는 장관, 실무급 국방 핫라인이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2016년 2월 끊겼던 판문점 남북 핫라인이 다시 이어졌다. 이중간첩 행위가 아니라면 전쟁 중에도 국익을 위해 스파이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다. 평시에도 적대국과 비밀리에 해야 할 것도 있을 게다. 그게 다 외교이고 협상이다. 그런데 저자세로 안달하면 밑지고 들어가게 된다.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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