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헨리 조지와 종부세 기사의 사진
지난해 가을 정치권에 갑자기 헨리 조지가 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헨리 조지의 ‘지대(地代) 추구의 덫’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공유재인 땅에서 얻는 불로소득 때문에 빈부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된다고 설파했던 인물이다. 이 소득을 세금으로 거둬 사회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이른바 토지 공개념의 기원이다.

급진적인 경제학자의 이론이 여당 대표에 의해 돌연 제기되자 야당은 들썩였다. ‘140여년 전의 낡은 사상’을 되살리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새로운 부동산 보유세를 도입하거나 기존 관련 세제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추 대표의 발언이 보유세 군불 지피기라는 것을 누구나 알았지만 당시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여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작년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에도 약발이 듣지 않았다. 재건축 대상인 서울의 잠실 주공 5단지 112㎡가 올 들어 18억원 안팎에 거래될 정도로 시장이 뜨겁다. 3.3㎡당 평균 6000만원에 육박할만큼 강남 부동산의 기세는 등등했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입장을 밝혔다.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중 종부세를 먼저 손댄다는 입장이다. 고가 주택 소유자 또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가 집 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법률을 고쳐야 하는 종부세율 인상보다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공시가격이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헨리 조지의 논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과열은 잡아야 한다. 특히 고가의 집을 여러 채 가진 경우 규제가 필요하다. 다만 꽉 죄며 틀어막더라도 숨통은 터주는 게 맞다. 보유세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다. 어떤 세목보다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크다. 이미 토지초과이득세 파동을 경험하지 않았나. 보유세 강화는 그 내용 못지않게 후폭풍 관리가 긴요한 이유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 같은 뻔한 해법 말고 묘책을 내놔야 한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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