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홍관희] 北 평창 참가, 냉정하게 보자 기사의 사진
북한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후 남북고위급회담이 전격 합의됐다. 한반도가 초긴장 상황에서 대화 분위기로 반전되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그러나 돌연한 남북화해 이면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대남 화해 제스처와 달리 미국에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협박하는 호전성을 보였다. 한국을 품에 끌어들이고 미국을 겨냥하는 전형적 통남봉미 책략이다. 그는 또 올림픽을 “민족적 경사”로 치하하며 평창 참가에 민족단합의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전부터 민족을 앞세우면서도 핵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닌 미·북 현안이라 주장해왔다. 핵을 남북회담의 의제로 올리는 것조차 거부한다. 이 점을 아는지 문재인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통일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핵문제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한·미 훈련 연기와 맞교환돼 성사된 셈인데, 이러한 거래를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올림픽의 안전과 성공을 위한 것이라지만, 올림픽을 구실로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 군사훈련에 훼손을 가하는 것은 중대한 본말(本末) 전도이자 제살 깎아먹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해치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훈련 연기에 동의한 듯하나, 북한에 또다시 핵·미사일 시간벌기를 허용하는 안보 위험을 마냥 방치하진 않을 것이다. 물밑으로 독자적 옵션을 강구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속마음은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의 “비핵화 없는 대화는 의미가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는 처음 언급에서 압축적으로 표현됐다.

문재인정부의 남북대화 속도전에 대한 미 유력 인사들의 불만이 동맹에 적신호를 줄 정도로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는 북한이 “(핵·미사일)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군사옵션 결단 시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정은의 신년사에 안심하면 샴페인에 취한 것이란 견제구를 던졌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평창올림픽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법적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미국의 불참을 권고했다. 미국의 북한 접근방식이 문재인정부에선 발견할 수 없는 도덕적 가치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본다.

김정은에겐 이번 남북대화가 국제 제재로 인한 궁지에서 탈피해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선 문재인정부에 “외세 의존과 결별”하라면서 ‘민족자주’에 기반한 항미(抗美) 공동전선을 결성하는 한편, 미국의 제재와 군사옵션을 무력화하려 할 것이다. 한·미 훈련의 중단·취소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의 재개도 주문할 태세다. 그러나 또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보이는 것은 민족과 평화를 외치면서도 핵·미사일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확증이다. 핵 논의 없는 남북대화는 북한의 도발을 희석시킴으로써 결국 우리 안보와 동맹을 위협한다. 훈련 중단을 놓고 한·미 간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국의 동맹 이탈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재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재인정부가 한·미 동맹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남북대화에 집착할지가 이번 회담의 최대 우려사항이다. 이미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남북관계만 잘 되면 한·미 동맹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의 원로 멘토들이 잇달아 한·미 동맹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범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핵무장으로 우리를 위협해 온 핵심 주체가 김정은인데, 그와의 입증되지 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의 근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친여 인사들의 인식에 경악할 따름이다.

민족공조는 북한과 친북세력이 펼치는 거짓 선동이다. ‘민족’을 앞세운 북한의 평창 참가는 우리 내부분열을 촉발하고 한·미 동맹을 뒤흔들어 국가적 재앙을 부르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

홍관희(고려대 교수·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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