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극과 극 일방적 주장 난무하는 ‘기독인 단톡방’

소통 없는 폐쇄된 공간 공감 못얻는 ‘고립된 숙의’ 기독공동체 하향화 부추겨

[미션 톡!] 극과 극 일방적 주장 난무하는 ‘기독인 단톡방’ 기사의 사진
개인적 신념이나 주장이 일방적으로 유통되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대화 모습. 보수(왼쪽)와 진보(오른쪽), 극과 극으로 나뉜 채 폐쇄적인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단톡방 캡처
9일 낮 한 목회자가 자신이 만든 단톡방에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단톡방에 “정부가 개헌을 통해 우리나라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만들어진 또 다른 단톡방에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걸려 있던 태극기가 이상하다며 대통령의 역사의식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기독교계 인사들의 단톡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을 언론의 ‘공격’으로부터 무조건 지켜내자”는 주장부터 당장이라도 핵발전소들이 연쇄 폭발할 것만 같은 우려로 가득합니다. 사드 배치로 중국과 당장 심각한 충돌이 벌어질 것 같은 공포감도 느낄 수 있죠.

기독교인들의 단톡방에선 쌍방향 소통이란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서와 맞는 주장만 인정받습니다. 일방통행만 가능하죠. 평소 소신이나 신념을 강화하는 데만 유익한 공간일 뿐입니다. 이처럼 폐쇄된 공간에서의 일방적 정보 유통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고립된 숙의’라고 합니다. 숙의이긴 하나 고립돼 있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죠. 여론의 극화 현상은 ‘침묵의 나선이론’으로도 설명되곤 합니다.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동일할 경우 동조하지만 소수일 경우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톡방의 여론을 이끌어 가는 ‘주류’의 의견에 묻어가려는 인간의 욕망이 ‘침묵의 나선’을 만든다는 것이죠.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말씀으로 복음을 전하셨죠. 문답을 통해 바리새인들의 우매함을 지적하셨고 기적도 일으키셨습니다. 결국 말을 통한 원활한 소통이 사역의 기본이었던 겁니다.

기독교 사상가인 자크 엘륄은 저서 ‘말의 굴욕’에서 “영상을 중심으로 한 대체 수단들이 늘면서 ‘말’은 권위를 잃고 이런 현상은 기독교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복음을 전했던 본래 수단인 ‘말’이 2000년 지난 지금도 복음 전달의 기본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말’은 소통의 근간이자 마주앉아 주고받는 것입니다.

단톡방에서 유통되는 주장들이 오히려 기독교 공동체의 하향 평준화를 앞당기는 건 아닐까요. 기독교가 위기인 이때, 믿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기존의 생각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화합을 바탕으로 복음의 지경을 넓혀 나아가는 것이 결국 이 시대가 신앙인들에게 요구하는 사명일 것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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