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빛낼 문화계 스타] 양인모 “클래식 가치 청중과 공유하고 싶어” 기사의 사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최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2018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그는 11일 첫 공연을 선보인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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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양인모

“오랜 연습 끝 자신감이 비결
바이올린은 친구 같은 존재”
언론 “젊은 현악 거장” 극찬
해외 공연장 등 러브콜 쇄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선정
올해 5차례 국내 애호가 만나
협주곡부터 재즈풍까지 다양
음악계 “그의 진가 확인할 것”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3)는 체크 무늬 셔츠에 베이지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별명은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파가니니 협주곡 1번을 가뿐하게 연주해낸 그에게 클래식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그것도 2006년 이후 처음 탄생한 1위 수상자였다. 클래식계에서는 올해가 ‘양인모의 해’가 될 거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그동안 국내 연주회를 자주 갖지 않았던 그가 올해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5차례나 국내 청중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

어떻게 콩쿠르에서 우승했냐는 질문부터 했다. “파가니니는 항상 연습해왔던 곡이에요. 그의 곡은 기교가 많아 화려한데 저는 어릴 때부터 그 점에 매료됐죠. 대회 참가 전 저를 지도한 미리암 프리드도 ‘넌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고요. 편안한 자세로 연주했어요. 사실 자신 있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 그는 최연소결선진출자상 현대작품최고연주상 청중상까지 휩쓸었다. 현지 음악 전문 채널은 그를 “새로운 세대의 가장 재능 있는 젊은 현악 거장”이라고 극찬했다. 콩쿠르 우승 후 유서 깊은 공연장과 명문 악단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미국 카네기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고 미국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독일 드레스덴 뮤직 페스티벌과 스위스 메뉴인 그슈타트 페스티벌 무대에도 차례로 섰다. 올해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바이올린은 어떤 의미일까. “바이올린은 제게 친구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바이올린을 켜죠. 내 삶의 일부에요. 몇 해 전 바이올린 없이 2주간 중남미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어찌나 바이올린이 그립던지(웃음).” 양인모는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바이올린 광고를 보고 엄마에게 배우게 해달라고 했단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하다 201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말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학사 과정을 마친 그는 현재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그는 “빨래를 개거나 청소를 할 때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자주 보낸다. “연말연초를 집에서 보내서 참 좋아요. 일반 중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다양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어요. 친구들은 저한테 ‘넌 바이올린에서 세계 몇 위정도 되냐’고 장난스럽게 묻곤 하죠.”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무대에서 ‘연주자의 가면’을 쓸 수 있어요. 저는 그런 가면보다는 클래식 음악이 담고 있는 중요한 가치들, 사랑이나 인간성 같은 것을 드러내고 공유하고 싶어요. 그런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고 교류하는 연주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연주할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먼저 11일 파울 힌데미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1번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5월엔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를 들려줄 예정이다. 고난도 기교가 요구되는 대작이다. 6월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삼중주 제1번, 9월에 미요의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 11월엔 비에냐프스키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8개의 연습곡을 연주한다. 전통적인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현대적인 재즈풍 곡까지 매우 다양한 레퍼토리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바이올린 연주자 양인모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올해 한국에서 자주 연주회를 갖는 것을 매우 기뻐했다. “금호아트홀의 연주 제안을 받고 프로그램을 짜면서 며칠 동안 너무 설레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부터 매년 30세 이하 연주자를 상주음악가로 발탁해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클래식 팬들은 올해 양인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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