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롱과 유혹 사이… 갈 길 먼 ‘미투’ 기사의 사진
인도 발리우드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한 배우 스와라 바스카.
인도 발리우드선 침묵만…

가부장적 문화에 성폭력 만연
일부 폭로 있었지만 반향 없어


‘유혹의 자유’ 외친 佛 문화계

카트린 드뇌브 등 여성 100명
“남성 매도 곤란” 기고문 논란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 ‘미투 캠페인’(Metoo·나도 당했다)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들이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이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됐지만 정작 세계 최대 영화 제작지인 인도의 발리우드는 일부 여배우들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에 대해 침묵만 지키고 있다고 힌두스탄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비판했다.

인도의 스타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인 스와라 바스카(30)는 지난해 12월 데뷔 초 함께 영화를 찍던 감독의 집요한 성추행과 성희롱에 시달린 사실을 고백했다. 바스카에 이어 칼키 코클린, 티스카 초프라 등 다른 여배우들도 배역을 주는 대가로 배우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캐스팅 카우치’ 실태를 고발했다.

하지만 발리우드에선 ‘미투 캠페인’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최근 여성 300여명이 영화업계는 물론이고 미국 전역의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소를 위해 ‘타임즈 업’이라는 단체를 결성하며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힌두스탄타임스는 발리우드는 할리우드보다 훨씬 남성 중심적이어서 성범죄에 침묵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바스카는 “내가 성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저 캐스팅 카우치를 거절하는 것뿐이었다”면서 “물론 이것은 페미니스트의 용기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바스카를 비롯해 많은 인도 여배우들이 성범죄를 고발했다가 아예 배우로서 커리어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용감하게 나서길 꺼린다. 캐스팅 카우치를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배역을 뺏기기 때문이다. 칼키 코클린 역시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발리우드에서 여배우들이 성범죄 문제에 나서는 것은 커리어를 통째로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미투 캠페인’을 두고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등 지나치게 청교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여성들의 비판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켰다.

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유명 여성 100명은 일간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이들은 “성폭력은 분명 범죄지만 유혹이나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면서 “최근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고자들은 ‘미투 캠페인’에 대해 해당 남성에게 변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성범죄자와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무차별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 도덕적 반동주의자들의 이익을 강화한다”면서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 성적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여권운동이 활발한 곳이어서 이들의 기고문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웨인스타인 성폭행을 폭로했던 이탈리아 여배우 아시아 아레즌토는 트위터에서 “개탄할 만한 기고문”이라며 “내재화된 여성혐오가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교도주의에 대한 기고자들의 우려와 ‘성의 자유’에 대한 지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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