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생후 21일 오리 목에 주사 꽂고 피 뽑아… AI 검사 후 폐사 기사의 사진
한 축산계열화사업자 계약농가의 축사에서 사육되고 있는 생후 3주된 새끼 오리들.
살처분 이은 야만적 AI 검사

축사마다 20마리 무작위 선정
농가·수의사 “못할 짓” 토로
동물복지 강조 정부도 ‘딜레마’


수의사가 생후 3주 된 새끼 오리를 한 손에 쥔 채 목에 주사기를 꽂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다. 다 큰 오리는 날갯죽지에서 피를 뽑지만 새끼 오리의 피는 목 혈관에서 뽑을 수밖에 없다는 게 수의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끼 오리는 이 작업만으로도 폐사한다. AI 방역 차원의 조치라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계열화사업자의 계약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나올 경우 해당 농가와 역학 관계에 있는 모든 곳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다. 축산계열화사업자 본사와 모든 계약농가가 조사대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축산계열화사업자 다솔과 사조화인코리아 2곳의 본사와 계약농가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의 핵심은 혈액 채취다. 축사 한 동마다 20마리를 무작위로 선정해 피를 뽑는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소속 수의사들이 이 역할을 맡는다. 채취한 혈액에 AI 항체가 있는지를 보게 된다. AI 항체가 있다면 이미 한 번 AI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의미다. 농식품부는 이 경우 해당 업자가 방역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혈액 채취를 통해) AI에 걸렸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를 뽑는 가금류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오리가 모여 있는 축사도 예외 없이 혈액을 채취하는 상황이 그래서 벌어진다. 수시로 ‘건강한 폐사체’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복지를 강조한 문재인정부 기조와 대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축사시설 개선 내용을 담은 축산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I의 근본적 원인을 열악한 환경으로 봤다. 마리당 사육 밀도를 현행 0.050㎡에서 0.075㎡로 늘리고 케이지 단과 단 사이에 1.2m의 복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신규로 담긴다. 또 케이지 층수도 제한해 사육하는 가금류의 복지를 향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 개정 후 신규 가금농가는 이 기준에 맞춰 축사를 세워야 한다. 시설은 이렇게 바꾸지만, 다른 부분은 아직 맹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금업계 관계자는 “방역 때문이라지만 부화한 지 21일밖에 되지 않은 어린 오리의 피를 뽑은 뒤 죽는 모습을 보는 건 농가 관계자나 수의사나 둘 다 못할 짓”이라고 토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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