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둘러싼 정부의 처신을 보면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다. 갈피를 못 잡고 혼선을 자초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11일 ‘시장폐쇄’를 언급하면서 촉발된 혼란은 12일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날 30% 전후의 급등락을 거듭한 국내 가상화폐 시세는 이날도 변동흐름을 이어갔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장화 되고 시장이 도박판 같다는 지적에 다수가 동의한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다만 그 방향은 질서 있는 출구를 통한 시장 연착륙에 모아져야 한다.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시장을 단박에 없애는 등의 거친 접근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 또 현실적이지도 않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 간 서로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정치권이 부정적이어서 시장폐쇄의 근거가 될 법률 성안이 어려워 보인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신중한 입장이다. 가상화폐는 하루 수조원이 거래되고 300여 만 명이 참여하는 큰 판이 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지원단 점검회의 후 기자들에게 밝힌 것처럼 “(과세 등) 합리적인 수준의 바람직한 규제”가 적절한 해법이다. 법무부 장관이 보인 ‘도 아니면 모’ 식의 성급한 행태는 오히려 가상화폐의 내성만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 안 된다.

가상화폐 폐단이 부각되면서 기술기반인 블록체인의 가치가 도외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옥죄기에 매달리느라 차세대 인터넷 경쟁의 중심인 블록체인의 큰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책은 최선과 최악의 선택지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효과 못지않게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투기 광풍을 근절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또한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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