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8 전시회] 추상미술, 민중미술, 미디어아트… 푸짐한 상차림 기사의 사진
올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의 다양한 전시들. 위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르셀 뒤샹 전에 선보일 ‘샘’(1917).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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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의 변기에서 민중미술 판화전까지.

올해 미술계 전시 상차림이 푸짐하다.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가 준비한 전시 스펙트럼이 여느 해보다 넓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미술의 거장, 윤형근 이성자 한묵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근현대 화가, 로니 혼·이반 나바로·아크람 자타리 같은 세계적인 동시대 해외 작가, 한국의 현역 민중미술 작가까지 전시 색깔이 다채로워 미술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한 마르셀 뒤샹(1887∼1968)전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뒤샹은 1917년 남성용 변기를 ‘샘(Fontaine)’이라고 이름 붙인 뒤 전시장에 내놓아 미술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술은 ‘제작’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현대미술의 선구자다. ‘샘’ ‘레디 메이드’ 같은 대표작을 포함해 모두 120점이 나온다. 12월에 전시가 열려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인 만큼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첫 외국인 수장인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취임 후 외국 유수 미술관과 협업을 선언한 뒤 내놓은 첫 성과물이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레바논의 미디어 아트 작가 아크람 자타리와 체코 출신 영상작가 하룬 파로키 전시를 5월과 10월에 각각 선보인다. 서울 국제갤러리는 인종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미니멀리즘 회화로 널리 알려진 한국계 미국 작가 바이런 킴 전시를 2월에, 매체를 넘나드는 미국 작가 로니 혼 작품을 상반기에 선보인다. 서울 갤러리현대는 벨기에 신개념주의 작가 빔 델보예, 네온과 형광등을 사용한 작품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칠레 작가 이반 나바로의 개인전을 2월과 4월에 각각 연다.

한국의 근현대 대표 작가의 전시도 볼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월 한국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1951년 홀로 프랑스로 유학간 그는 여성과 대지, 지구와 시간, 예술과 우주를 주제로 동양의 서정적인 이미지의 서양화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우주의 심연 같은 다갈색의 추상 세계를 펼쳐온 윤형근(1928∼2007) 개인전이 8월, 위트 있는 방식으로 전통을 현대화한 설치작가 박이소(1957∼2004) 개인전이 7월에 시작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공간 구조에 천착한 추상화가 한묵(1914∼2016) 유고전을 12월에 연다. 100세를 넘기고도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영원한 현역 김병기(102) 화백의 전시도 4월 가나아트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학고재갤러리는 민중미술 전시로 승부를 건다.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으로 시대를 증언하는 강요배(66), 페미니즘의 대모 윤석남(79), ‘비료 포대 초상화’가 브랜드가 된 이종구(64), 사진 콜라주로 유명한 박불똥(62) 등 간판급 작가들의 전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민중미술 견지에서 돋보이는 기획전은 경기도미술관이 7월에 선보이는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이다. 50년대 후반 시작된 한국 판화의 궤적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판화가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 매체였던 것을 고려하면 문재인정부의 예술 철학에 맞춰 짚어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이다.

대구미술관은 5월에 한국 근현대 작가로는 가장 작품 값이 비싼 김환기(1913∼74) 개인전을 마련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지난해 계획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취소했던 전시다. 리움의 빈자리를 메웠다는 점에서 지역 미술관의 분투가 돋보이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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