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아프리카… 트럼프 ‘똥통’ 발언 일파만파 기사의 사진
사진=AP뉴시스
전 세계적 비난 확산… 언론들은 ‘적절한 단어 찾기’ 골몰

AU “존엄성 먹칠… 사과하라”
저명인사들도 “인종차별” 가세

아프리카 언론들은 수위 낮춰
유럽선 국가 따라 다양한 표현

트럼프, 정면 대응 피한 채
“가짜 뉴스 양산” 언론에 화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이민자 출신국가들을 모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똥통(shithole)’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여야 상원의원 6명을 만나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아프리카 국가 출신 미등록 미성년 이민자 보호 관련 합의안에 대해 토론하던 중 “우리가 왜 ‘똥통’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받아줘야 하는가”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언사라기엔 지나치게 수준 낮은 어휘에 각국 언론마저 혼란에 빠졌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미국 우선주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내세워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아프리카 대륙 55개 국가 모임 ‘아프리카 연합(AU)’은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인간 존엄성에 먹칠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54개국 주유엔 대사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그룹’도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 대륙과 사람들의 피부색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명망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두 차례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자크 랑은 이날 자신의 SNS에 ‘트럼프, 거지같은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랑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작자가 매일 아무 말이나 떠들고 모욕하는 것을 듣고 썼다”며 “인종차별주의자인 그는 해방과 자유의 위대한 나라인 미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트럼프에 대해 “현대에 그렇게 인종적으로 무감각하고, 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대통령은 없었다”며 100년 전 재임한 제28대 우드로 윌슨 이후 ‘가장 인종차별적인 미국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각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뱉은 저속한 욕설을 자국어로 옮길 마땅한 어휘를 찾느라 곤혹을 치렀다. AFP에 따르면 모욕당한 당사자인 아프리카 언론들은 독자들의 심기를 고려한 듯 ‘더러운 국가들’ 등 점잖게 순화한 표현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중국이 ‘불쾌한 나라들’ 등 직역을 피한 어휘들을 주로 썼다. AFP는 “한국 언론은 ‘거지소굴’이 널리 사용됐지만 문자 그대로 ‘똥통’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국가에 따라 표현 강도가 제각각이었다. ‘변소’(그리스) ‘쓰레기 구덩이’(오스트리아) ‘쓰레기 국가들’(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 ‘더러운 구덩이’(독일) ‘냄새나는 구덩이’(러시아) 등이 각국에서 대세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에 정면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트위터에 ‘미국 먼저(America First)’라고 적어 이민자 문제보다 미국이 최우선이라는 신조를 우회적으로 재강조했다. 또 “너무 많은 가짜뉴스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틀렸을 때 그것을 정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들은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자 미쳐 있다”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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