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지 않으면 내일은 없어요”… 브로드웨이 진출 배우 김소향 기사의 사진
미국 브로드웨이와 국내 무대를 오가며 활동 중인 뮤지컬 배우 김소향. EA&C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2001년 데뷔… 10년간 국내 활동
불현듯 마주한 배우로서의 위기감
“오늘을 살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아무런 보장 없는 美 유학길 떠나
1년 공부 마친 뒤 브로드웨이 입성

“힘든 시간을 버티면 기회 찾아와
이젠 경쟁 즐기며 타인 인정하게 돼”

“뮤지컬 ‘렌트’의 대사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가 계속 맴돌았어요. 오늘을 살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굉장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미국 브로드웨이 도전에 앞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뮤지컬 배우 김소향(37·사진)의 대답은 이랬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터 액트’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됐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 공연 중인 그를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했다. 국내에서 10년간 활발히 활동하다가 2011년 돌연 미국 뉴욕필름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 1년간 수학한 뒤 브로드웨이에 본격 진출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노조에 가입했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브로드웨이 도전을 꿈꾼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를 오래하고 싶으면 뭔가 채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 미국행을 결심했죠. 자의든 타의든 배우들은 30대에 들어서면서 많이 사라지잖아요. 저도 그렇게 될 것만 같았어요.” 김소향은 당시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하고 뮤지컬 무대에 섰다고 한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제가 너무 신선한 배우가 아닌 거예요. 아무리 봐도 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있었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영어는 ‘아임 프롬 코리아(I am from Korea)’가 맞는지 헷갈리는 수준이었고, 유학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잊힐 수 있다는 두려움도 몰려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진짜 조금씩이지만 이뤄지는 게 있으니까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배우로서 꿈을 이뤄내고 싶었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저축하고 집 사서 안정적인 삶을 살겠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김소향은 시스터 액트에서 맡은 역할인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와 유독 비슷해 보인다. 이 역할은 미국 배우 중에서도 백인의 전유물이었다. 처음에는 수줍어하지만 갈수록 강인함을 찾는 인물. “외국인들이 동양인을 보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도 부족한 영어 실력을 안 들키기 위해 최대한 말을 안 했어요. 그런데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오디션을 보러 와서 떨고 있다가 장소 전체가 울릴 정도로 고음을 내니 심사위원들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그가 도전을 하면서 얻은 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삶의 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힘든 시간을 버티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누구와 경쟁해서 밟아야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는 스스로 즐기면서 주변을 인정해요.” 기술적으로도 다듬어졌다. “미국에서 노래를 건강하게 부르는 방법을 배웠어요. 목을 다치지 않고 소리 내는 발성법을 배워 시스터 액트도 안 빠지고 계속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스터 액트를 끝내고 오는 27일부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에서 마리 베체라 역할로 전혀 다른 모습을 준비하고 있는 김소향.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너무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은 이걸 잘하고 못한다고 섣불리 판단내리기보다는 안 되더라도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