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미세먼지와 공짜 지하철 기사의 사진
‘공짜 지하철이라니….’ 15일 아침 출근길 서울지하철 여의도역, 내려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자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요금표시에 ‘0원’이 찍혔다. 오랫동안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공짜는 처음이다. 역사 내부 곳곳에는 요금 면제를 알리는 글이 게시돼 있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따라 지하철·시내버스 요금 면제를 시행한 것이다. 평소엔 1250원 기본요금에 거리 추가 100원까지 더해 1350원을 냈다. 얼핏 망외의 선물이란 느낌이 들었지만 곧 건강과 요금의 교환이란 생각에 씁쓸했다.

미세먼지는 대한민국 대기 질 문제 중 최악의 난제다. 중국의 황사와 스모그에다 국내의 노후 발전소 석탄연료, 자동차 배기가스, 생활 폐기물과 산업 잔재물 소각 등 원인이 복합적이다. 작년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이 사안을 내세운 것도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입자는 크기가 작아 폐 속 깊숙이 흡입돼 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낳고 아토피, 여드름 등 피부질환과 결막염, 각막염을 일으킨다.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와 심혈관계통의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의 공기 질은 중국의 베이징, 인도의 뉴델리와 함께 ‘세계 3대 오염도시’로 꼽힌 적이 있을 정도로 최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인용, 한국에서 2060년까지 수백만명이 대기오염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란 공포의 보도를 했다. 머지않아 산소통이나 먼지제거제가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의 하나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대기 질이 아닌 생태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인의 질병 감염 유무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여부에 방점을 두고 사회적 역학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종합대책에 보건과 환경, 산업과 경제 등 여러 영역이 포함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미세먼지 공습 발령은 작년 12월 29일 이후 불과 17일 만이다. 눈이 뻑뻑하고 목이 칼칼한 상태에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은 셈이다. 미세먼지 피해는 정부의 적극적 대처, 중국의 협조, 국민들의 노력 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야 줄일 수 있다. 한마디로 대처가 쉽지 않다. 황사가 동반되는 봄에 이 불청객은 가장 기승을 부린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새 순이 돋고 지천에 꽃이 피어도 봄 같지 않은 봄이 올 것 같아 걱정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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