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는 협정 위반이라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판결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한국이 주요 쟁점에서 승소한 WTO 한·미 유정용 강관(OCTG) 반덤핑 분쟁 결과가 최종 확정됐다고 15일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2014년 7월 한국산 OCTG에 9.9∼15.8%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지난해 4월 연례 재심에서 덤핑률(관세)을 최고 29.8%까지 올렸다. 이에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했고 지난해 11월 WTO 분쟁해결 패널은 미국이 한국 기업의 이윤율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을 적용해 덤핑률을 상향 조정한 것은 WTO 협정에 위반된다고 판정했다. 미국이 이를 상소하지 않아 해당 판정은 최종결과로 확정됐다.

이번 WTO 판결을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산업부는 철강뿐 아니라 세탁기, 태양광 등으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강력한 수입 규제 조치는 물론 유럽 등의 보호무역 조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OCTG에 고강도 반덤핑 조치를 내렸음에도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지 못한 만큼 수입규제 무용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미국이 규제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미국이 수입규제를 상당히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철강 제품 등에 대한 수입 규제 방침을 결정한다.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결정 시한은 26일, 세탁기는 다음달 2일이다.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에 따른 철강 수입 규제 결과는 늦어도 4월 결정이 난다.

통상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박과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WTO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 통상 참모들은 WTO가 국가 간 무역 분쟁 해결 능력이 없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이미 캐나다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 118건을 WTO에 제소한 상태”라며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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