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혜림] 롱패딩과 붉은 셔츠 기사의 사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여의도를 달아오르게 했다. 지난 13일 서울에 입성한 성화는 나흘간의 일정을 한강공원에서 마무리했다. 성화는 이제 경기북부를 거쳐 강원도를 한 바퀴 돌아 2월 9일부터 경기장을 밝히게 된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운동복에서 영감을 얻은 애슬레틱룩(Athletic Look)이 유행한다. 특히 올해는 패션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체감할 만큼 애슬레틱룩이 거리 패션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바로 롱패딩이다. 롱패딩은 운동선수들이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주로 입어 ‘벤치 파커’로 불려 왔다. 보온을 위한 것이어서 멋에는 신경 쓰지 않은 디자인이다. 길고 자루 같은 롱패딩. 그 멋없는 옷이 중고등학생들에겐 교복이 되다시피 했다. 유행을 앞서가는 트렌드 세터들에게도 꼭 사야 하는(머스트 바이) 품목이 됐다.

평창올림픽 패션인 롱패딩을 보면서 2002년 월드컵 패션이 떠올랐다. ‘대∼한 민국!’이란 구호와 함께 했던 붉은색 티셔츠. 불온의 상징이었던 ‘빨강’ 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그래서 그 강렬한 열정을 즐기게 했던 붉은색 티셔츠.

월드컵 이전까지 붉은색은 이 땅을 둘로 나누고, 피로 물들인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군사정권에선 민주주의 부활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붉은 낙인을 찍었다. 1987년 1월, 스물두 살의 젊은이가 ‘턱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은 곳’이 바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다.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는 젊은이들을 간첩 잡는 곳에 가둔 채 모진 고문을 해서 자유 수호 의지를 꺾으려 했다.

월드컵 당시 외신들은 “이데올로기 문제가 낳은 ‘레드 콤플렉스’를 가진 한국사회에서 붉은색이 이처럼 각광받을지 몰랐다”면서 서울광장의 붉은 물결을 전했다. 월드컵을 통해 이념을 벗어던진 붉은색은 보수정당의 상징색이 되기까지 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상징이었던 붉은색 티셔츠처럼 롱패딩도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주면 좋겠다. 평창에서 목표인 종합 4위를 이루고, 평창이 오랜만에 만난 남북한이 얼싸안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중 140여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을 파견한다고 한다. 이들이 대한민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 팡파르를 울려준다면 얼마나 멋질까! 외신들이 ‘피는 이념보다 강했다’는 뉴스를 평창발로 전하게 된다면 ‘슈퍼 그뤠잇!’이다.

글=김혜림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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