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교육부 ‘유아 영어수업’ 오락가락… 지방선거 의식? 기사의 사진
‘유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원점서 재검토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버티다
“내년 초까지 기준 마련” 후퇴

“내년에 어찌되는지 혼란 여전”
학부모들, 어설픈 정책 비판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하려던 기존 방침을 뒤집고 내년 초로 결정을 미뤘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상곤(사진) 교육부’가 어설픈 정책으로 교육 현장만 들쑤셔놨다가 학부모 반발에 밀려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16일 “과열된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학교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적 개선 방안을 준비하겠다”며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 기준은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을 오는 3월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영어 사교육을 조장한다” “고액 영어 사교육은 두고 서민층 교육만 막는다”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버티던 교육부가 1년 후 결정하겠다며 한발 뺀 것이다. 신익현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혼란스럽게 비친 부분 죄송스럽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혼란에 사과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나기만 피하자’는 꼼수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 영어 수업을 지양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결정을 1년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은 앞으로 1년 동안 논의될 개선 방안에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방침을 철회하는 내용까지 포함시킬지에 대해 “지금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런 결정을 전달하는 방식도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주요 정책 결정을 발표할 때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나 박춘란 차관이 공개 브리핑을 열어 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실무 담당자가 방송카메라나 사진기자를 빼고 비공개 형태로 진행했다. 학부모 혼란을 야기하고도 책임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뒤로 숨는 태도로 비쳤다.

경기도 부천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자녀 둘을 보내는 주부 이모(34)씨는 “내년부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고 설명도 제대로 못해 무책임을 넘어 무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힐난했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유아학원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타깃은 방과후 영어 교습비를 비싸게 받거나 영어학원과 연계해 편법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상시점검단을 구성해 단속한다. 다음 달 초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소방청과 함께 학원들의 ‘영어유치원’ 명칭 불법 사용과 시설 안전 여부 등을 점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컨대 1층에 유치원, 2층에 영어학원을 편법 운영하는 사례 등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전문가·학원단체 등과 논의해 유아 영어학원 운영 기준도 상반기 중에 만들기로 했다. 영어 교습시간과 교습 내용, 교습비 기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