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기암괴석…‘작은 금강산’의 황홀한 유혹 기사의 사진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 정상 바로 아래 바위에서 내려다 본 간현국민관광지 일대. 지상 100m 암봉을 연결한 국내 최고·최장의 소금산 출렁다리와 S라인으로 흐르는 삼산천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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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산이라고 하면 ‘악산 중의 악산’ 치악산(雉岳山)을 먼저 떠올렸다. 설악산·월악산과 함께 3대 악산으로 불리는 산이다. 하지만 이제 좀 달라졌다. 그동안 덜 알려진 산이 올 들어 새로운 명물을 내세우며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이색적인 ‘산’이 조용히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최고·최장 구름다리 위 아찔한 발걸음

원주에서 그나마 알려진 여행지 중 하나가 지정면의 간현(艮峴)국민관광지다. 조선시대 정치인이자 가사문학의 대가였던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디메뇨, 치악이 여기로다’라고 예찬한 곳이다.

섬강은 간현에서 약 3∼4㎞ 거슬러 오르면 있는 두꺼비(蟾) 모양 바위에서 이름을 따왔다. 섬강과 삼산천이 합수되는 지점에 있는 간현은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와 S라인으로 흐르는 강물이 다듬어놓은 풍광이 일품이다.

뒷자락 소금산(343m)에 국내 최고·최장의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가 지난 11일 개통되면서 주말이면 탐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8월 착공 후 5개월 만에 완공된 출렁다리는 지상 100m 높이에 길이 200m, 폭 1.5m로 조성됐다. 무주탑 현수교로 만들어졌다. 몸무게 70㎏ 성인 1285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고 초속 40m 강풍에도 견딘다고 한다. 바닥은 격자 모양의 강철(스틸그레이팅)로 제작돼 짜릿함과 아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주차장을 지나 섬강을 건너면 철교 끝나는 지점에 다섯 개의 바위가 나란히 있다. 오형제봉으로도 불리는 오형제바위다. 특히 절벽 아래 물속 바위에 ‘汶淵洞天(문연동천)’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문연동천은 중국 태산(泰山)에서 발원해 흐르는 산둥성의 강 이름 문수(汶水)에서 따왔다. 동천은 하늘 아래 살기 좋은 계곡이다. 문연동천이 새겨진 바위는 여기(女妓)바우, 여기암이라고도 부르는데, 병암(屛岩)과 함께 강물과 절벽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옛날 시인 묵객들과 기생들이 놀았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산천을 따라가면 ‘등산로 입구’란 표지와 함께 폭 1.5m 정도의 목재데크길이 나온다. 산세가 빼어나 ‘작은 금강산’ 같다는 의미의 소금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초입만 보면 산이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산로 쪽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가파르다.

데크는 등산로 초반에 모두 500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계단을 절반쯤 오르면 멀리 깎아지른 암벽 위에 강쪽으로 툭 튀어나온 철제구조물이 보인다. 지상 100m 허공에 만들어진 전망대(스카이워크)다. 데크를 따라 오르면 바위오름터에 다다른다. 20분 정도 걸린다.

건너편 솔개미둥지터까지 출렁다리가 길게 하늘을 가르고 있다. 다리에 발을 올려놓았다. 마치 절벽 끝에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스릴이 온몸을 짜릿하게 한다. 다리 아래로 삼산천이 아득하다. 바로 아래 간현암장도 보인다.

이곳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정상은 밋밋하다. 숲이 우거져 사방을 볼 수 없다. 잠시 실망할 수 있지만 정상 바로 아래 갑자기 탁 트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맞은편에 우뚝 솟은 간현봉, 그리고 푸른 섬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산을 병풍 삼아 삼산천 줄기가 휘돌아가는 것이 내려다보인다. ‘강은 산을 뚫지 못하고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는 말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000m 이상의 고산준령에 선 듯하고,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하산길은 주의해야 한다. 철계단(404계단)이 가파르다. 내려다보기도 아찔하고, 올려다보기도 까마득한 사다리 같다. 철계단 서너개가 이어졌고, 모두 합하면 404계단이라고 한다. 산을 내려와 삼산다리에 이르면 산행은 끝난다. 약 3.5㎞의 등산코스는 느린 걸음으로 3시간이면 족하다.

공간·예술·자연을 표방한 이색적인 ‘산’

이제 다른 ‘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山)이 아닌 산(SAN·Space Art Nature)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2005년부터 8년에 걸쳐 지은 ‘뮤지엄 산’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40여년간 수집한 자신의 소장품 4000여점을 내놓아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웰컴센터를 시작으로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뮤지엄 본관, 스톤마운드, ‘제임스 터렐’ 상설관이 이어진다. 산은 담으로 가려져 있다. ‘소통을 위한 단절’을 주제로 노출 콘크리트를 미로처럼 연결한 관람동선이 건물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웰컴센터를 지나면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동적인 붉은 작품이 있다. 황조롱이를 형상화한 키네틱 아트다. 높이 15m로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움직인다. 작품명은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워터가든이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비스듬히 절단된 붉은 ‘아치형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끝 부분에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상설관이 이어진다. 수시로 변하는 하늘의 색깔을 보며 눈을 의심케 하는 ‘스페이스 디비전’, 계단 너머의 이상세계를 보여주는 ‘호라이즌 룸’, 어둠 속에서 빛의 환영을 경험하는 ‘웨지워크’,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인간 지각의 부실함을 깨우치는 ‘간츠펠트’(완전한 영역).

자연과 인공 빛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가상과 실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리고, ‘빛으로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시각적·심리적 착시현상을 이용해 평면과 공간을 넘나드는 4개 전시관을 30분 정도 보고 나면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는 믿음이 기초부터 흔들린다.

▒ 여행메모

출렁다리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무료’
뮤지엄 산 전문해설가 안내… 예약 필수


서울에서 간현국민관광지로 갈 경우 광주원주고속도로 서원주나들목에서 빠지면 가깝다. 요금소를 나온 뒤 ‘원주 기업도시’ 방면으로 좌회전해 용노교차로에서 간현리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뮤지엄 산’은 서원주나들목을 나와서 우회전하면 금세 닿는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문막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출렁다리는 올 연말까지 무료다. 겨울철에는 오전 9시∼오후 5시, 여름철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통행할 수 있다. 다음 달 2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도 이뤄진다.

오크밸리 내 뮤지엄 산은 갤러리만 관람하면 1만5000원, ‘제임스 터렐’관을 포함하면 2만8000원이다. 전문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려면 예약해야 한다.

고구마를 일본에서 처음 가져온 조엄의 묘소가 있는 조엄기념관과 영창대군 어머니인 인목대비의 부친 김제남의 사우 의민사 등이 인근에 있다.

오크밸리 인근 ‘산야초를 찾아서’(033-731-3530)는 산야초닭백숙(사진)과 오리백숙전문점으로 이름나 있다. 황기, 하수오, 음나무, 오갈피, 둥굴레, 인삼, 더덕 등 10여 가지 산야초를 24시간 진하게 달여 사용하는 산야초백숙과 더덕구이, 도토리묵, 녹차감자전 등 토속음식뿐 아니라 한우등심, 훈제바비큐 등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문막읍 장터추어탕(033-735-2025)은 원주추어탕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채소와 감자 등을 듬뿍 넣어 맛깔스럽다.

원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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