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노석철] 베이징과 서울의 공기 기사의 사진
‘베이징 129, 서울 185’

대기오염 측정 사이트(aqicn.org)에서 17일 오후 2시 기준 중국 베이징과 서울의 공기질지수(AQI)를 확인한 결과다. ‘스모그 지옥’으로 악명 높았던 베이징의 공기 오염도가 서울보다 훨씬 낮았다. 베이징의 대기는 지난해 말부터 눈에 띄게 호전됐다.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겨울철 난방 기간에도 맑은 하늘을 유지하자 시민들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수요도 크게 줄었다. 물론 과거 베이징 공기가 극도로 나빴기 때문에 대기질 개선이 더 피부에 와닿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대기오염 수치를 보면 실제로 베이징이 서울보다 좋은 날이 적지 않다. 지난 13일 베이징에 올해 첫 스모그 경보가 발령된 뒤에도 오염 수준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중국 동북지역의 스모그가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탓도 있겠지만 베이징의 공기는 확실히 좋아졌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베이징 공기가 서울보다 낫다”고 하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중국 공권력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름다운 중국’을 선언하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스모그 오염원을 걷어냈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등 동북부 6개 성·시에서는 지난해 17만개 오염유발 기업이 퇴출됐다. 베이징시도 낙후업종 기업 8000곳을 정리했다. 갑작스러운 석탄난방 금지에 어린 학생들이 햇볕이 쪼이는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가스난방을 못하는 서민들은 혹한에 떨어야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스모그 오렌지색 경보가 발령되자 오염배출 공장 가동중단·제한, 건축폐기물·모래·자갈 수송 차량 등 운행 금지, 실외 건축공사·철거·분무 도색 작업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랬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우리의 겨울철 미세먼지 대책은 여전히 땜질식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권고하고, 서울시는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비용만 50억원 정도 들었다. 만약 서울의 미세먼지가 중국발 스모그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원인이 국내에 있다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데 늘 겉돈다.

중국 정부는 ‘푸른하늘 지키기 전쟁’을 벌이며 온갖 무리수를 뒀다. 천연가스 공급 대책도 없이 석탄난방 금지를 밀어붙일 때 관영 언론조차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시 주석도 인민의 요구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라고 질책했다. 일각에선 문책이 두려워 대기오염 측정기 옆에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거나 천으로 덮어놨다가 적발된 공무원 얘기도 들린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베이징 하늘은 1년도 안 돼 확 달라졌다. 겨울철에도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된 시민들은 표정이 밝아졌다. 베이징시는 올해 승용차 신규 공급 수량을 종전 15만대에서 10만대로 줄였다. 이중 6만대는 전기차, 4만대는 전통 가솔린과 디젤 엔진 차로 배정하는 등 환경 대책을 계속 시행 중이다.

중국은 각종 인권침해와 사상 통제, 검열, 감시 등 우리 상식으로는 숨 막히는 나라이지만 정책 측면에선 안 되는 게 없어 보인다. 우주산업·정보기술(IT)·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군사력 증강, 빈곤 퇴치 등 수많은 분야에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게이트’로 비화될 사안도 적지 않다.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할 때도 ‘빅브라더 사회’ 우려가 제기됐지만 중국 정부는 개의치 않고 13억 개인정보를 모아 산업화하고 있다. 위챗(모바일 메신저) 결제 혁명도 중국이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려 하면 진보·보수로 갈려 분열되고, 야당은 무조건 발목 잡는 우리나라 풍토와는 너무 다르다. 베이징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공기가 나쁘다고 불평할 날도 멀지 않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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