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어린왕자’ 노진규 위하여… 평창, 서이라가 달린다 기사의 사진
서이라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1000m 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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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2011년 입학 동기
동갑내기 라이벌 암으로 사망
‘평창 금’ 위해 우정의 질주


동갑내기 친구이자 쇼트트랙 라이벌이었던 둘은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이 달랐다. 한 명은 성격이 낙천적이고 끼가 넘쳤다. 키는 169㎝로 작았으며, 순발력이 좋아 500m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서이라(26)다. 다른 한 명은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훈련밖에 몰랐다. 178㎝의 장신으로 지구력이 좋아 중장거리에 강했다. 그는 2016년 4월 3일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노진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서이라는 금메달을 따내 친구의 못다 이룬 한을 풀어 주려 한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 중인 서이라는 17일 “힘든 훈련을 하다 보면 항상 열심히 하던 (노)진규 생각이 난다”며 “항상 최선을 다하던 진규와 함께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나라에서 친구가 나를 위해 꼭 응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위해서라도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이라와 노진규는 2011년 한국체대 빙상부에 나란히 입학해 동기가 됐다. 둘은 함께 훈련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둘의 운명은 엇갈렸다. 노진규는 2011년 국가대표로 데뷔해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을 잇따라 제패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2011-2012 시즌엔 월드컵 6개 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모두 따내 중장거리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반면 서이라는 2011년 잠시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이후 약 2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시 둘의 운명이 엇갈렸다. 2014년 1월 14일 노진규는 큰 시련을 맞았다. 태릉빙상장에서 훈련 도중 미끄러진 것이다. 어깨와 팔꿈치가 부러졌다. 결국 소치에서 올림픽 무대 데뷔를 하려던 꿈이 무산됐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악성 종양인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하며 재기를 노리던 그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팬들에게 ‘빙판 위의 어린왕자’로 불렸던 노진규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보지 못하고 그렇게 쇼트트랙의 별이 됐다.

노진규는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서이라는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이었던 진규를 보며 노력이란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대표팀의 황대헌(19)은 “노진규 선배를 롤모델 삼고 있다. 노 선배는 훈련장 안팎에서 늘 성실하고 꾸준했다”고 말했다.

2012년과 2013년 노진규의 ‘금빛 레이스’를 지켜보며 와신상담한 서이라는 2014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 서이라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종합 99점을 따내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월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6년 전 노진규가 차지했던 바로 그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종합 우승을 이뤄낸 것이다.

두 선수를 지도했던 전명규 한체대 교수는 “노진규는 훌륭했다. 무엇보다 훈련 태도가 성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이라에 대해 “노진규와 마찬가지로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평창올림픽에서 평소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면 좋을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제자를 응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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