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 보복” 성명] “한풀이 수사” 외친 MB… 보수 결집 노린 듯 기사의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뒤쪽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참모들. 왼쪽부터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최현규 기자
‘盧 죽음’ 거론하며 文정부와 일전불사 의지

숨죽이고 있는 보수층 자극
檢 수사에 대한 역풍 기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회피 일관 朴과 차별화 의도

MB, 김백준 구속에 분노한 듯
측근과 대책회의 후 성명 발표
취재진 질문 안 받고 자리 떠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문재인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했다.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이 전 대통령의 강경 대응으로 현 정부와 전전(前前) 정부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에 반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인근에서 발표했던 ‘골목성명’ 이후 나온 가장 강경한 전직 대통령의 성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반격은 보수 민심 결집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역풍을 기대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보복 수사, 한풀이 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진행될 경우 숨죽여 있던 보수의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 측의 기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겨냥해 “측근들을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물으라”고 일전불사의 의지를 밝혔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는 의미다. 검찰 수사에 회피로 일관했던 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형사재판 법정에서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구속되자 직접 전면에 나섬으로써 측근들의 내부 단합을 꾀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그동안 참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재임 시절 수집했던 노무현정부의 치부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 측근은 “그렇게까지 흙탕물 싸움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구속된 사실을 접한 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40년 넘게 관리해 ‘MB 집사’로 불리는 김 전 기획관 구속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언론의 눈을 피해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성명 발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핵심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이 성명 발표를 지시했다”며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이 원고를 직접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검찰 수사나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정부에 몸담았던 법조인 출신 참모들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법적 대응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읽어 내려간 성명서는 정확히 3분 분량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는 긴장한 듯 성명서 중간 이후 부분에서 자주 기침을 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 수사는 나를 목표로 한 것”,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할 때 기침을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전 대통령이 성명서 말미에 울컥해 목이 멘 것 같다”고 말했다.

글=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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