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임성빈] 2018, 우리의 소망 기사의 사진
아들을 군에 보낸 후의 경험이다. 훈련병 시절 “군대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다. “첫째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둘째 참는 것”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지나 나름 군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아 다시 물어보았다. “지금은 어떠냐?” 이번에도 아들 녀석은 “참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훈련병 시절에는 윗사람을 참는 것이었다면 지금 임 병장은 ‘아랫것들’을 참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대학수업 중단하고 2년여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아비 마음으로 볼 때 석사학위에 버금가는 값진 인생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니 흐뭇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난 1년 무엇을 배웠나?” 돌아보니 나도 지난 1년 동안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그저 열심히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땅에서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 한정된 시간 안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한 배움과 다양한 일들 가운데도 나와 함께 있는 가족과 동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여전히 주어지고 있다는 것과 내가 지금 여기에서 누구에겐가 이웃이 될 수 있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지만 위기의 시대에 신학교를 신학교다울 수 있도록 섬기는 것이 귀한 일이라는 것도 더욱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실제로 이러한 깨달음을 조금씩이나마 실천하며 살 수 있게 된 것도 지난 세월 동안의 배움의 결과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가는 기회이자 과정이다. 물론 해가 감에 따라 몸의 기운이 떨어져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력이 떨어져가면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보면 때를 따라 주어지는 장점이 있다. 젊은 시절은 왕성한 활력이, 나이가 더 들어가면 백발로 상징되는 지혜와 여유로움이 그것이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잠20:29)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하나님의 때와 뜻을 분별해 그에 걸맞은 삶을 사는 지혜를 발휘할 때에만 허락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의로운 삶을 향한 노력을 말한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31)

오늘 우리 사회는 하나님의 때를 인간들의 욕망에 의해 조작하는 문화로 편만하다. 나이가 들어도 성형수술을 통해 항상 젊음을 유지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른들도 청소년과 같은 패션을 함께 나눌 정도로 나이가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이러한 사회문화의 배경에는 인간의 젊음에 대한 욕망과 나이 들어감과 그 결과로서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소비시장을 단순·확대하려는 소비문화적 특성이 자리한다. 그 결과는 ‘사회의 유아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여전히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 즉 흑백논리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사실에 대한 적확성보다 피상적 이미지로 상황을 판단하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음도 이러한 유아적 문화의 영향과 깊은 상관성을 가진다.

이제 또 새해를 맞았다. 나이도 한 살 더 들었다. 그만큼 성숙해가는 우리가 되기를 원한다. 성숙이란 ‘공의로운 길에서 얻어지며’ 곧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감을 뜻한다. 그것은 원래의 인간의 모습, 즉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함을 말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이웃과의 관계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뜻한다. 2018년 새해도 할 일은 참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 가족과 친지와 사회적 약자 섬김, 그리고 자연을 돌봄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내 때’ 안에서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는 지혜와 실천의 삶을 소망한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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