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권기석] 웨어러블 로봇 슈트 기사의 사진
‘웨어러블 로봇 슈트’는 로봇 시대를 앞두고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옷을 입듯 몸에 장착하는 이 기기는 사람이 움직일 때 써야 하는 힘을 줄여준다. 몸을 움직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의도한 방향으로 힘을 실어준다. 착용하면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자신의 힘보다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

지난주 현대자동차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앞에서 웨어러블 로봇 슈트를 시연했다. 이 회사는 노약자,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슈트 4종을 2015년 개발했다. 이중엔 하반신 마비자를 걷게 하는 의료용 로봇 슈트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시범 사업을 하고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일본 전자기기 회사 파나소닉은 이미 ‘파워 어시스트 슈트’라는 이름의 산업용 로봇 슈트를 판매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후원하는 벤처 회사 아톤(ATOUN)이 개발한 것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를 때 사람의 힘을 아껴준다. 물류 창고나 건설 현장, 농장처럼 무거운 짐을 들 일이 많은 사업장에서 이 제품을 사가고 있다. 파나소닉은 무게와 가격을 낮춘 새로운 모델을 오는 4월부터 판매한다. 무게는 7.4㎏에서 4.4㎏으로, 가격은 100만엔(약 960만원)에서 59만8000엔으로 낮췄다. 매달 3만엔 정도로 렌털하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앞으로 20년간 해마다 2000개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슈트는 기술적으로 새로울 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도 크다. 그동안 힘쓰는 일에서 배제됐던 노인과 장애인, 여성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 파워 어시스트 슈트를 착용하고 물류센터에서 짐을 들어 본 일본인 히로아키 오쿠타니(57)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스크로 고생했는데 이제 걱정이 없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사 아톤은 홈페이지에서 ‘나이, 성별 관계없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힘의 장벽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위기를 말할 때 대표적 근거로 드는 것이 ‘미래사회 노동력 부족’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이 줄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논리다. 부족한 노동력을 꼭 새로운 인구로 보완해야 하는 것일까. 웨어러블 로봇 슈트와 같은 기술은 방치돼 있는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효과를 내게 해준다. 오르지 않는 출산율을 두고 답답해하기보다 노동력을 대신할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게 더 현실적인 위기 대처 방법일 수 있다.

글=권기석 차장, 삽화=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