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칼럼] 2030 시각으로 대북정책 재점검해야 기사의 사진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는 속으로 매우 당황했으리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비우호적 여론 말이다. 보수 야당이나 일부 언론의 공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2030세대의 대체적으로 싸늘한 시선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과성도 아니다. 이 정권의 북한을 보는 시각이나 대북·통일 전략이 우리 내부에서 제대로 먹힐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과 정의에 대한 잣대까지 들이댔다.

이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은 지지율에서 나온다. 단일팀 구성 논란으로 70%를 넘는 지지율에 금이 갔다. 늘 오르고 내리는 지지율이니 일희일비할 건 없다. 그런데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만한 2030세대에서 미세한 변화 움직임이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정권 내부에서 심각히 점검해봐야 하는 문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정권이 단일팀 구성을 하면서 놓쳐버린 게 몇 가지 있다. 지금 2030은 북한이나 통일을 감상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본다. 청와대나 정부 곳곳에서 대북 정책 결정에 주요 역할을 하는 많은 이들은 이른바 586세대다. 1980년대 학생운동 때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던 사람들이다. 통일, 민족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차고, 대의를 위해선 다른 건 좀 참는 게 당연했다. 2030은 그렇지 않다. 북한 이슈를 지극히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들에겐 북한도 공정과 정의에 부합되느냐 아니냐, 나와 공동체에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감상적 대북정책 접근 방식은 2030에겐 거부감이 훨씬 더 많다.

둘째, 초반에 일부 비판 여론을 견제하느라 내건 “메달권 밖인데” 식의 황당한 인식은 젊은 세대의 분노만 자극했다. 586은 80∼ 90년대의 대한민국 경제력 팽창 시대에 대충만 노력해도 메달권 안으로 편입이 가능했다. 2030은 아무리 노력해도 메달권 안에 못들어가는 상황에 놓여 있다. 90% 이상이 메달권 밖에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상처 주는 막말은 없다.

셋째, 국가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단일팀 구성 과정은 촛불정국에서 공정과 정의를 내세워 집권한 이들에게 과연 이게 공정과 정의인가를 묻는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노력과 희생쯤이야 간단히 넘길 수 있는 것인가, 국가는 우리에게 뭘 해주는가를 말이다. 부당하게 대우받은 여자 선수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문제는 더 있다. 올림픽 이후다. 올림픽은 정부의 최대 지원과 대다수 국민들의 잘 치러야 한다는 의무감 등으로 잘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자. 올림픽 기간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은 남한을 휘젓고 다닐 것이다. 정부도 최대한 도와줄 게다. 이미 삼지연관현악단장 현송월의 1박2일 동안 벌어진 일들은 그런 상황을 예고한다. 북한의 생각은 좀 딴 데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0여분씩의 짧은 경기장 점검보다 훨씬 길고 꼼꼼하게 공연장을 살펴본 그들의 태도로 볼 때 북한의 올림픽 참가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 평창은 북한에 매력적인 카드다. 평화 올림픽에 기여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며, 실질적으로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연기·완화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남남 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다. 더구나 잘 치른 올림픽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이 용인되는 듯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 올림픽의 중요성과 성과를 강조했고, 그대로 되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따라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북한의 ‘올림픽 갑질’ 조짐이 있고, 평창 이후 미국의 제재 및 군사력 압박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북·미·중 사이에서 또다시 위치 설정에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단일팀 구성 논란은 출범 후 정신없이 달려온 문재인정부가 지금쯤 성찰의 과정을 가져볼 것을 요구한다. 특히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더 그렇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휴브리스(hubris), 오만이라고 번역한다. 아널드 토인비는 과거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이 정권의 대북 시각·정책에서 휴브리스를 본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시각을 버리고 대북 현실주의자들의 의견이 더 많이 수용돼야 한다. 2030의 시각에서 대북 정책을 재점검해보길 권한다. 민족 문제라기보다 국제정세 속에서의 북한으로 봐야 해법이 나온다. 정부가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선수들과 방문단을 합리적으로 잘 다루길 바란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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