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선교지에 예배당 많이 짓는 것이 능사일까

아신大 김한성 교수 논문서 무분별한 건축 부작용 경고

[생각해봅시다] 선교지에 예배당 많이 짓는 것이 능사일까 기사의 사진
해외 선교지에 교회를 많이 짓는 게 반드시 교인 수 증가 등 양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아시아 P국에 건립 중인 현지 교회 건축현장에서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팀원들이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국민일보DB
아시아권역 K국에서 활동 중인 A선교사는 2013년 “사역 전망이 밝다”며 자신을 파송한 교회에 예배당 건축을 위한 후원을 요청했다. 특별헌금 명목으로 모인 수억 원을 받아 8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교회를 지었다. 큰 건물을 지어 놓으면 성도들이 밀려들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현재 성도 수는 50여명으로 5년 전 그대로다. 교회 건물이 위치한 곳이 이슬람사원 근처라는 이유로 건축 후에도 이슬람 지도자들의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건물 소유를 놓고 성도들 사이에 다툼도 발생했다.

해외 선교지에 예배당 건축을 지원하는 사례는 많다. 교회 창립이나 성도 생일 기념으로 선교지 교회 개척에 후원하기도 한다. 선교지에 예배당 건축을 목표로 삼은 단체들도 있다.

2007년 1월 설립된 I선교회는 회원 교회들로부터 매월 10만원씩 모아 2016년 3월까지 인도에 예배당 500곳을 건축했다. B선교회는 201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인도와 필리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예배당 144곳을 지었다. 부산 D교회는 해외에 100개 교회 건축을 목표로 세우고 현재까지 80곳을 건축했다.

아세아연합신학대 김한성(선교학) 교수는 최근 발표한 ‘선교지 예배당 건축에 대한 선교인류학적 이해 연구’ 논문에서 선교지의 무분별한 예배당 건축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후원으로 세워진 네팔의 50개 이상의 교회, 필리핀의 40여개 교회 등을 살펴본 결과 예배당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독립을 이뤘거나 성도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와 스리랑카의 경우도 성장하지 못한 교회가 상당수 있었다. ‘예배당 건립=사역의 성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이달 초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조사 결과 선교사 2명 중 1명꼴(51%)로 ‘교회개척’을 주요 사역으로 꼽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선교지에서는 되도록 빨리 자립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예배당 건축을 최우선 사역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이 한국사회의 압축 성장과 그에 따른 가시적 성과를 경험한 탓에 양적 성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자문화 우월주의에 기반해 타 문화권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촉발하고, 이는 선교지에서의 무분별한 교회 건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교지에서의 예배당 난립은 현지 성도들의 주인의식을 결여시켜 오히려 자립을 늦추고 현지 정부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촉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교회와 선교사들을 향해 ‘교회 개척 이론에 대한 심층연구’와 ‘겸손과 양보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어 “한국교회 선교는 양적인 측면에서 거의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이제 사역의 내용을 점검하며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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