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남중] 친문이면 다 되는가 기사의 사진
현재까지 거명된 더불어민주당 측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박영선 민병두 우상호 전현희 의원, 정청래 정봉주 전 의원 등이다. 이들이 그동안 내놓은 서울시장 출마 관련 얘기들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친문 마케팅’이다.

지난 21일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서울시에서 구현해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정책과 차별화해서 다음 정치행보를 하려고 하는 분보다는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가 돼야 한다” “유력한 후보들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은 후보가 저 아닌가” 이런 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새해 들어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을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꿨다. 그는 “이번에 선출되는 서울시장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내가 원조 친문”이라고 내세운다.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과 자신의 성을 딴 ‘문민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은 행정도 중요하지만 문재인정권의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박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정청래 전 의원은 “서울시장의 첫 번째 요건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누가 열심히 뛰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도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의식한 듯 올 들어 “문 대통령과 가깝다”거나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서울시가 적극 협력하겠다”는 얘기를 부쩍 자주 한다. 얼마 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 시장의 3선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한 신문에 보도되자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장 후보들만 이럴까? 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대통령과 친하고 정부와 코드를 맞출 수 있느냐가 지방선거의 중심인 양 전개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 출마 예정자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친문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일제히 내걸고 선거를 치렀다. 친문 마케팅이 지방선거의 한 요소로 작동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그것이 전부가 된다면 곤란하다. 어떤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체돼야 한다는 논리가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문제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연장이나 하위 개념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중앙정부가 지방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앉아 있는 시대도 아니다.

한국의 지방정치는 빠르게 성장해 왔다. 지금의 지방정부들은 중앙정치가 고질적인 이념 대립과 정치적 셈법 속에서 방치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지방정부의 시대라고 할 만한 시기였다. 지방정부가 만든 정책과 모델들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그것이 한국 사회를 바꿔나가고 있다.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청년수당, 도시재생,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등 지방정부에서 시작된 정책과 모델들이 전국으로 확산된 예는 수없이 많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방정부는 모델을 만든다”면서 “지방정부가 만들어낸 좋은 모델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성공이 지방정치의 목적이 돼야 할까? 대통령 사람이라는 게 지자체장의 요건일까? 지금 지방정부에는 중앙정치를 기웃거리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 눈을 맞춘 채 조용히 진정성 있게 일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 이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민주당 내 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남중 사회2부 차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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