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갑자기 심장이 ‘쿵쾅’… 국민 93%가 모르는 심방세동 기사의 사진
긴장이나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대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가까운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등 2차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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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질환으로 매년 크게 늘어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 느껴
공황장애로 오인 정신과 찾기도
심방이 심실로 피 제대로 못 보내
피떡이 뇌혈관 막아 뇌졸중 유발
동맥경화 뇌졸중보다 훨씬 위험
고혈압·심장손상 환자 잘 발생
팔목 등 진맥으로 간접체크 가능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심쿵’하거나 심한 운동 뒤 가슴이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놀라거나 긴장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는 느낌의 두근거림이 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이달 중순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28.5%가 최근 1년 이내에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불규칙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았다는 응답자는 15.4%에 불과했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60.2%가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51.5%는 “병이라고 생각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가슴 두근거림을 방치하다간 자칫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쓰러진 환자 입안에 가득한 청심환

회사원 정모(54)씨는 얼마 전 새벽 뇌경색이 와 응급실로 급히 실려 갔다. 뇌경색이 ‘심방세동’에서 비롯됐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이는 심장 윗부분인 심방(심장으로 들어오는 피를 받는 곳)이 무질서하게 뛰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만드는 질환이다. 정씨는 평소 심장 쪽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주부 김은진(46)씨는 지인과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 후송됐다. 역시 심방세동이 원인이었다. 심정지 상태에서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김씨는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큰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부정맥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92.8%는 심방세동을 들어본 적이 없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발병 위험을 4∼5배 높이는 만큼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심방세동과 뇌졸중의 상관관계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19.3%에 그쳤다. 심방세동에 대한 국민 인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 메디플렉스세종병원 심장내과 김동혁 과장은 29일 “심방세동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 중 입안에 청심환이 잔뜩 들어있는 노인들을 종종 본다”면서 “주로 한의원에서 진맥한 뒤 심전도 검사 등 정확한 후속 진단 없이 청심환을 복용케 했다가 문제가 커져 온 경우였다. 잘못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공황장애로 오인해 정신과에 잘못 찾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2차 합병증이 더 위험

온몸에 피를 내뿜어 보내는 역할을 하는 심장은 정상이라면 분당 60∼100번씩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반복한다. 이런 심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너무 빨리 또는 느리게 뛸 때를 부정맥이라 부른다. 분당 60회 미만으로 (규칙적이지만) 느리게 뛰면 ‘서맥’, 분당 100회를 초과해 빨리 뛰면 ‘빈맥’에 해당된다.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심박동이 빠르고 불규칙한 게 특징이다. 노인성 질환이어서 매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심방세동 진료 환자는 2012년 11만5315명에서 2016년 16만9259명으로 4년간 46.8% 증가했다.

김동혁 과장은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게 되면 심방 아래로 연결된 심실로 피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심방 내부에 고인 피가 뭉쳐 혈전(피떡)을 만들고 이 피떡들이 혈관(동맥)을 타고 흘러가다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뇌졸중 환자의 15∼20%가 심방세동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은 동맥경화 등 다른 원인에 의한 뇌졸중보다 더 위험하다. 심방세동이 있는 뇌졸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30일 이내 사망률은 24%, 1년 이내 사망률은 50%나 상승한다. 거동이 불편해질 가능성은 2.2배, 중증 뇌졸중이 재발할 위험 역시 2.4배 높다.

흘러 다니는 피떡이 하지 혈관을 막으면 다리가 시퍼렇고 차갑게 변한다. 다리가 피로하고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뜬금없이 심방세동이 원인이란 진단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콩팥 혈관을 막으면 심한 옆구리 통증과 몸이 붓고 소변량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난다. 장 혈관을 막으면 장이 썩고 혈변을 보기도 한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정상인보다 심부전 위험이 3∼4배 높아진다. 심방세동 자체보다 2차 합병증이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심방세동 환자의 3분의 1에게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희의료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해 그 순간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고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정상으로 나오기도 한다”면서 “증상이 잠깐만 나타난다면 24시간 혹은 1주일간 심전도를 모니터링해봐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체중, 건선, 당뇨망막증 새 위험요인

심방세동은 고혈압이나 비만, 갑상샘항진증, 심장손상 환자들에게 잘 발생한다. 노화도 주요한 요인이다. 60대에서 1∼2%, 70대에서 5%, 80대 이상에서는 15%에서 나타난다.

최근엔 새로운 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건선 환자 1만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건선이 심방세동 위험을 1.4배 높이는 걸로 나타났다. 건선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 피부에 붉은 반점과 비늘 같은 각질이 일어나는 난치성 면역질환이다. 당뇨병의 눈 합병증인 당뇨망막증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인보다 심방세동 위험이 1.5배 높았다. 당뇨망막증과 말기 콩팥병을 동반하면 심방세동 위험은 2.4배 증가했다.

비만뿐 아니라 저체중이 심방세동 위험을 높인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팀이 40대 이상 건강검진 수검자 13만2000여명을 분석했더니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20㎏/㎡ 이상인 경우 1㎏/㎡ 증가 시 심방세동 발병 위험은 6%씩 증가했다. 반면 체질량지수가 20㎏/㎡ 이하인 경우 1㎏/㎡ 감소 시 심방세동 위험은 13%씩 증가해 배나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이 밖에 스트레스 카페인 음주 흡연이나 불충분한 수면 등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특히 술을 마신 당일 저녁이나 이튿날 새벽에 심방세동이 자주 발생하는데 숙취인 줄 알고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심전도 검사, 국가검진 포함을

심방세동은 자신의 맥박을 만져보는 진맥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크해 볼 수 있다. 맥박이 크게 잘 만져지는 목이나 팔목, 넓적다리 위쪽 주변에서 할 수 있다.

심장박동에 따라 팽창하는 동맥을 검지 및 중지로 지그시 눌러보고 분당 맥박 수와 간격, 강도 등을 살펴보면 된다. 하지만 확진을 위해선 꼭 심전도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심전도 검사는 가슴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심장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신호를 모니터링해 심박동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진료지침은 스스로 맥박 촉진을 했을 때 비정상으로 의심되는 경우 65세 이상 모든 환자에게 심전도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이 적다는 이유로 심전도 검사 항목이 빠졌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회장은 “심방세동은 무증상인 경우도 많고 65세 이상 고연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국가건강검진 시 이들 연령층에 선별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도입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으면 대개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피를 묽게 하는 약)가 처방된다. 문제는 항응고제의 특성상 위장관 출혈 등 부작용이 따르는데, 최근 이런 부작용을 크게 줄여 안전성을 높인 먹는 항응고제가 새로 나왔다. 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고령 환자의 경우 갈아서 물이나 주스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 편의성도 개선됐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는 “새 항응고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됐는데도 국내에서 항응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30%만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뇌졸중과 출혈 위험을 동시에 줄여주는 항응고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항응고제 치료로 심방세동이 조절되지 않거나 약 자체를 사용할 수 없을 땐 수술(전극도자절제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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