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박항서 매직’을 지속시키자 기사의 사진
승승장구하는 베트남 축구 중심에 있는 박항서 감독…
양국 관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 미칠 것
정부는 베트남에 대학교육 콘텐츠 제공하고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사회적 책무 다해야


지난주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젊은 국가답게 국민들의 대다수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이 팀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국제대회 준우승을 만들어냈으니 박 감독에 대한 국민적인 찬사와 열광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마침 나는 2015년부터 베트남 정부에 인구정책 자문을 해오고 있는 터라 베트남에 대한 정이 각별했는데, 베트남 축구가 승승장구하고 박 감독이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에 나조차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베트남 친구들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베트남 친구들은 나에게 한국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더더욱 좋아할 것이라는 답글을 보내왔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매직은 축구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앞으로 박항서 매직은 축구를 넘어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의 다양한 관계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교역 대상이다. 베트남쪽에서는 우리나라가 해외직접투자국 1위가 된 지 몇 년째이다. 해마다 해외여행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베트남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지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젊은이들도 크게 늘어났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 시장 상황에 수많은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이 베트남행을 선택하고 있다. ‘박항서 신드롬’은 이제 축구를 넘어서 우리가 베트남과 교류하는 모든 분야에 그야말로 매직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데 박항서 매직은 그냥 지속될 수 없다. 신드롬은 말 그대로 신드롬일뿐이다. 우리가 베트남과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길 원하고, 박 감독이 축구로 만들어 놓은 매직이 우리와 베트남 간의 모든 교류에 지속되길 원한다면 최소한 다음 두 가지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베트남 사회에 지한파(知韓派)와 친한파(親韓派)가 늘어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간 교류에서 양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를 서로 잘 아는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베트남에 우리나라를 잘 알고 또 좋아하는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당연히 인재 양성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하다.

현재 베트남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2017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베트남은 한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민들의 교육열도 뜨겁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좋은 대학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인재들과 재력이 있는 가정의 자녀들은 대학부터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공부가 끝나도 잘 돌아오지 않는다. 매우 심각한 인재의 유출이다.

이런 상황이 극복되는 동시에 지한파, 친한파 인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의 대학교육 콘텐츠를 베트남에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대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 혹은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갖추어 베트남 대학들과 함께 공동 캠퍼스를 조성하고, 우리 교수들과 학생들이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식이다. 한국 교육 콘텐츠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은 친한파 지한파가 되어 정계, 관계, 그리고 기업에서 베트남을 이끌 차세대 리더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듯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CSR)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개인도 기업도, 지금까지 진출국이 선진국인 경우 진출한 국가의 시민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진출국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 진출국의 시민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벽을 쌓고 선민처럼 살고 싶어 한다. 진출국의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진출국의 직원을 저급의 근로자로만 활용하려 한다. 당연히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실종되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수많은 우리 기업들의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우리의 기업들이 앞으로 베트남에서 더욱 성장하고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투자의 금액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그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우리나라 인구는 한 해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 파트너 국가는 필수적이다. 박항서 매직이 젊고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베트남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그것이 지속되도록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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