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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아픔 고백, 내 상처를 어루만지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라/김유비 지음/규장

그들의 아픔 고백, 내 상처를 어루만지다 기사의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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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라’(규장). 길지만 문장 자체로 위로가 되는 제목을 가진 책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삶의 자리에서 겪는 아픔과 힘든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을 쓴 김유비 목사는 “나는 상처 많은 사람이다”는 고백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어려서 알코올중독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로부터 상처받으며 살아왔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결혼 3년 차, 이혼의 위기 앞에 서게 된다.

그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일중독 남편으로 살면서 아내에게 상처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그는 “상처를 인정하고 돌보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며 “가정이 회복됐고 나와 내 가정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사람의 공동체를 돌보게 됐다”고 적었다. 실제로 그는 이 과정에서 자기 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키웠다. 이후 상담실에서 상처 입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들의 회복을 돕는 삶을 살고 있다. 책은 그가 상담실과 온라인 ‘김유비 닷컴(kimyoubi.com)’을 통해 상처 입은 이들과 나눴던 아픈 삶의 이야기를 묶어냈다.

상처 입은 마음, 잘못된 신념, 갈등하는 부부, 우울한 감정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사례들을 소개한다. 아픈 삶을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고백이 가득하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성인이 된 뒤 불쑥불쑥 튀어나와 부부관계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잘못 표출되고, 이로 인해 상처를 대면하게 된 이들의 삶에 대한 고백이다. 다소 극단적이고 너무 힘겨운 모습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자기가 겪고 있는 문제와 비슷해서, 마치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상처를 갖고 있다. 이 책은 내 모습뿐만 아니라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이나 이웃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목사가 쓴 책이지만 성경구절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는 것이 한 개인을 고통에서 꺼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올바른 신념, 진리에 기반을 둔 삶을 제시한다. 성경이나 복음을 바로 말해서 거부감을 갖게 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공감한 뒤 합리적 신념이 아니라 궁극의 진리가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공감 가는 문장이 많다. 저자 스스로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한 경험 때문인지, 힘들어도 반드시 상처를 대면하고 꼭 필요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격려한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나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거나 “가정을 온전히 책임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고통이 따르지만 이는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짐이다. 기꺼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는 식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이들뿐 아니라 마음이 아픈 이들을 마주할 기회가 잦은 목회자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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