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강남 집값의 불편한 진실 기사의 사진
강남 집값 때문에 연초부터 시끄럽다. 정부의 초강력 규제와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은 왜 계속 오르는 것이며 해법은 없는지 답답한 생각에 외국 사례를 찾아보던 중 우연하게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접하게 됐다. 블로거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강남 집값에 대해 장시간 끝장토론을 한 결과를 소개한 글이었다.

먼저 ‘강남 집값은 왜 오르는가’에 대해 문화시설과 백화점, 체육시설 등이 우수해 살기 좋다는 답을 내놨다. 수긍이 갔다. 여기에는 고교 8학군과 대치동 학원가 등 우수한 교육여건도 작용했을 것이다. 영세민이 거의 없어 차별화된 부자동네라는 의식과 프라이드가 생긴다고도 했다. 또 지방의 돈 있는 사람들의 ‘묻지마 투자’가 진행 중이고 베트남, 중국 자본까지 들어온다며 외국사례를 볼 때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토론자들은 마지막으로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인 고위공직자나 언론 간부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강남에 집을 갖고 있어 정책이 미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강남 집값은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 냈다. 강남에서 부동산을 20년 이상 했다는 친구가 논의를 이끌었다고 하니 이들의 주장은 다분히 자기방어적이고 강남 편들기로 들린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일부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다. 우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설프고 아마추어적이며, 숙성된 정책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을 이미 경험했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그 수준을 못 벗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에서 진보정책이 강남에는 오히려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진보정권일수록 주거복지를 강조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부동산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기 때문에 규제 위주의 무리한 정책을 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게 오히려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시장의 내성을 키워 집값 폭등을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노무현정부 때 학습한 사실이다.

그러면 어떤 정책이 유효한가. 블로그 토론자들은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며 계속 이어갈 것이니 수요 억제책은 효과가 없고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자금출처 조사 등도 부자들에게는 하찮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수요 억제책이 순수 강남이주자들의 진입장벽이 되고 엉뚱한 비강남 사람들에게 유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영향을 받는 것은 강남보다 강북”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공급 확대도 주장했다. 강남에는 재건축을 제한하지 말고 용적률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비강남 지역에 문화와 편의시설들을 늘려서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의 생각이 전체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강남 집값을 바라보는 시장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들도 알 것이다. 강남은 이미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을 수 없는 동네임을. 투기수요가 일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 뉴욕 맨해튼과 런던, 베이징, 도쿄 등 주요 도시의 선호지역 집값은 천문학적이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무리하게 때려잡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 실효성 있게 집행하는 게 낫다. 집값의 결정은 시장에 맡기되 정상적인 거래를 방해하는 세금 탈루나 불법 투기를 철저히 단속하고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을 제대로 환수해 주거복지에 투입하면 된다. 재건축 연한 확대 등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더 이상 시장에 혼선을 주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 대책을 세워야 한다. 블로그 토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경우 정권에 큰 부담이 되고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이 말이 기우(杞憂)이기를 바란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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