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책 읽는 대통령 기사의 사진
대통령의 독서는 관심 사안이다. 책을 얼마나 어떻게 읽으며,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가 국정철학에 은연중에 녹아든다. 최진이 2010년 펴낸 ‘대통령의 독서법’에는 역대 대통령의 독서 특징이 쓰여 있다. 저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속독파의 실용독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각각 ‘통독파의 공격적 독서’와 ‘묵독파의 심리독서’ 유형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정치 스타일을 꿰맞춘 듯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나름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독파의 비판독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독파의 관찰독서’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주 언론에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박경리의 ‘토지’를 비롯해 이병주의 ‘지리산’, 김주영의 ‘객주’ 같은 대하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다. ‘취미는 독서’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비문을 상용화했던 그였기에 반신반의했으나 한편으로 재임 중에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에게 책 내용에 공감한다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출판사 대표의 SNS를 통해 퍼졌다. 현직 대통령이 독후감성 서한을 책 쓴 이에게 발송한 것은 이례적이다. 책 읽는 대통령이 책 읽는 사회를 만든다고 출판계는 크게 환영했다. 이 책은 한국의 가족주의와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아이들이 고통 받는다고 주장했다. 아동 양육 등으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고심하는 문 대통령이 필자의 관점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김대중·노무현 에 이어 모처럼 책 읽는 대통령을 만났다. 그의 박람강기(博覽强記)한 능력이 책을 뛰쳐나와 현실 정치에서도 위력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