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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방관’도 가해자… ‘미퍼스트’가 세상 바꾼다

성폭력 ‘방관’도 가해자… ‘미퍼스트’가 세상 바꾼다 기사의 사진
법조發 ‘미투’ 파문 전문가들 시각은

성폭력 관련 고발 이어졌지만
호기심 차원 접근 등 변화 없어

피해자에게만 떠넘기지 않고
함께 나서서 막는 분위기 필요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한국판 미투(Me too·미국 여배우들이 연쇄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캠페인) 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피해자를 죄인시하고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 풍조, 현장을 목격하거나 피해사실을 듣고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태도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31일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가십거리가 되는 양상이 나타나 한국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고 있다”며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차이가 아직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검사의 방송 인터뷰 뒤 한 보수단체 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하필이면 연예인급을 건드렸냐”며 외모를 언급했다.

2009년 배우 고 장자연씨의 폭로, 2년 전 문학계의 성폭력 고발, 지난해 가구업체 한샘의 직장 내 성폭행 사건 등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잇달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침묵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 폭로하라’고, 그러면 지지하겠다고 하는 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폭로를 보고 따라한다고 사회가 지지해줄 것이란 믿음이 아직은 없다”고 지적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판사는 서 검사의 폭로 후 자신의 SNS에 “미투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퍼스트(Me first·내가 먼저)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회 갈등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소통과치유’의 김영자 공동대표도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고 성폭력을 방관해선 안 된다”라며 “침묵도 동조이며 또 하나의 가해”라고 꼬집었다. 이가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자의 편에 서려는 사회 분위기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이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 조직 내에서 불거져 나왔고 사회 저변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 대표는 “검찰 같은 사회 윗선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 전반적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는 물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검사도 이날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지 않다”며 “무엇이 문제였고,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갈지 언론과 시민께서 집요하게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글=최예슬 손재호 양민철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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