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입춘 추위 기사의 사진
입춘은 24절기 중 맨 앞에 있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오며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의 경사가 315도일 때를 이른다. 한자로 보면 봄으로 들어선다는 ‘入春’이 아니라 봄기운이 만들어진다는 ‘立春’이다. 옛사람들은 입춘 절기쯤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동면하던 동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입춘에는 함께 축하하고 복을 나누고자 입춘대길(立春大吉), 만사형통(萬事亨通) 등의 문구를 대문에 내걸었다. 또 적선을 하면 일 년의 액을 막는다고 하여 이날 하루만은 무엇인가 남을 몰래 도우는 공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입춘적선공덕행(立春積善功德行)이라고 일컫는다. 그래서인지 밤중에 냇물에 다리를 놓거나 거지 움막에 밥을 한 솥 갖다 놓는 선행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면에는 겨우내 추위를 뒤로하고 봄을 준비하는 설렘이 있었으리라.

이렇게 봄을 기다리지만 이 무렵 추위는 매서웠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입춘 추위에 오줌독 깨진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정연복 시인은 ‘한겨울의 입춘’에서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는/칼바람 휘몰아쳐/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양력 2월 4일/바로 오늘이 입춘이라니/참 이상하지 않은가/온 세상 추위에 얼어붙고/나무마다 빈 가지뿐/초록빛은 어디에도 없는데/뜬금없이 봄이 왔다니∼’라고 읊었다. 그만큼 입춘 추위가 대단했던 것 같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서베리아’라고 불릴 정도의 강력한 한파가 며칠 누그러지는가 싶더니 입춘인 4일 강추위가 다시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영하 12도 안팎까지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고 한다. 봄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동장군에 ‘무슨 입춘이란 말이냐’라는 투덜거림도 들린다. 하지만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있다고 한 어느 시인의 얘기처럼 겨울 품속에서도 봄은 살금살금 자라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시동으로 엔진이 예열되듯 만물이 슬슬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혹독한 추위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봄의 생동하는 기운을 받아 모두 입춘대길하길 바란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