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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전략은 허구”… 美, 선제타격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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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집무실로 걸어가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2일 백악관으로 탈북자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며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 문제를 거론했다. AP뉴시스
백악관 “언론이 지어낸 표현”… 긴급진화 나서

빅터 차 지명 철회 계기로
대북공습 임박 우려 확산되고
언론들 비판 이어지자 부담

트럼프, 지성호 등 탈북자 9명
백악관 초청 ‘北 인권’ 청취
WSJ “트럼프 신무기는 탈북자”


미국 백악관이 대북 선제공격설 진화에 나섰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대북 선제공격의 부당성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대북 공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정치적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인다. 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대북 군사작전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1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응해 군사적·비군사적 해법을 포함한 폭넓은 선택방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한적인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이라는 말은 언론이 만든 허구”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런 해명에 가세했다. 윤 대표는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대북 군사행동에 근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윤 대표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무력 등 모든 선택방안을 유지하면서 압박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평화적 해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일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제안한 선제타격은 해답이 아니다”라고 밝혀 실제 선제타격이 백악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게 분명해 보인다. 특히 대북 선제타격 임박설에 더욱 힘을 보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지난 경험은 안주하고 양보할수록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줬다”면서 “나는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의 낙마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론 천명이 맞물리면서 코피 전략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 사회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선제타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북한에 화염과 분노로 장난하기(Playing with Fire and Fury on North Korea)’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을 할 것이라는 징후를 드러냈다”면서 “그러나 군사행동을 하지 말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차 교수의 대사 내정 철회는 전쟁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증거로 해석된다”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한층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예방적 대북 선제타격은 재앙적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차 교수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 히로노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성명에서 “차 교수의 낙마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자신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 당시 소개한 지성호(36)씨를 포함한 탈북자 9명을 2일 백악관으로 불러 면담하고 북한 내 인권상황을 청취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 상황을 부각시켜 북한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김정은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무기가 바로 탈북자”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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