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칭찬 받았던 ‘스킨십 경영’… 여직원은 ‘불쾌’ 기사의 사진
‘미투’ 확산… 직장 내 만연한 부적절 문화

금호아시아나의 소통 방식
직원과 산행·세뱃돈 지급 등
‘특별한 격려’ 관행 도마에

미투 게시판에 비판글 수백건
일상화된 남성·권위주의 문화
익숙한 가해자 중심 사고
피해 여성들에 침묵 강요도

젠더감수성 올리는 노력 절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스킨십 경영’이라 홍보해 온 박삼구(73) 회장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직원들은 “박 회장의 행동은 사실상 여승무원 성희롱”이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했다. 미투(#MeToo) 운동 동참이다.

2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박 회장을 비판하는 글이 10여건 이상 올라왔다. 매달 첫 주 박 회장이 승무원을 격려하는 행사를 여는데 “수많은 승무원이 도열해 있다가 옆에 가서 팔짱 끼고…데면데면한 직원 있으면 ‘너는 나 안 안아주냐’며 강제추행한다”는 내용, “끼기 싫어서 다른 곳에 가면 중간관리자들이 그쪽으로 가라고 몰고 다닌다”거나 “신입직원 중에 옆에서 밥 먹고 팔짱끼고 노래할 사람을 뽑았다.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나쁘다”는 글이었다. ‘박 회장의 여승무원 성희롱 고용노동부 민원제기 운동을 시작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직원 300여명이 찬성을 표시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현장 직원 격려 방문(본사 방문)은 십수년 된 현장 경영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블라인드 앱이 미투 게시판을 개설하자 수백건의 글이 올라왔다. 대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대학교, 고등학교와 종교단체 등에서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내용이었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간주될 법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여성 직장인 A씨는 SNS에 “막내일 때 회사 사람들과 노래방에 갔더니 상사가 허리에 손을 둘렀다”며 “다른 사람들은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새내기 직장인 B씨(25·여)도 회식에서 남자 선배 옆에 앉아야만 했다. B씨는 “술을 마시면서 외모에 대한 얘기나 ‘오빠가’라는 말들이 나와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문제라고 생각해도 입 밖으로 꺼내기는 여전히 어렵다.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도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개하는 데 8년이 걸렸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가해자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며 “여성의 관점에서 조직문화와 회식문화를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은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라며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제를 느껴도 피해에 침묵하도록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이나 감사가 시행되고 있지만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년에 한두 번 하는 온라인 성교육 등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도 “그동안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회나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젠더 감수성, 즉 상대방 이성의 입장에 공감하는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교육도, 제도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라인드 앱의 미투 게시판에 30대 남성이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딸을 키우는 아빠지만 글을 읽다보니 깨닫는 점이 많다”며 “남녀 할 것 없이 공감하고 스스로 돌이켜보며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제안했다. 김미순 전 전국성폭력상담소연합협의회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가부장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이재연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