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토어 1호점을 보는 두 갈래 시선 기사의 사진
국내 1호 애플스토어인 서울 강남구 ‘애플 가로수길’ 내부에서 지난달 28일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충성 고객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으며 한국에 상륙했다. 2009년 KT가 애플 아이폰 3GS를 한국에 들여온 지 8년여만이다. 하지만 미국 IT공룡이 세운 유통망인 애플스토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사후서비스(AS) 등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존 유통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애플은 구체적인 서비스 계획을 함구하고 있다.

한국의 첫 애플스토어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개장 첫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새벽부터 애플 팬 300여명이 입장순서를 기다렸다. 개장 이튿날까지 이곳을 찾은 고객은 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로 애플의 인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호응은 뜨거웠다.

애플스토어는 애플이 직접 제품을 파는 직영 판매점이다. 고객이 써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인기가 높다. 애플스토어는 2001년 5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처음 생긴 뒤 세계 22개국으로 뻗어나갔다. 매장 수는 전 세계 500여개로, 아시아에서는 중국(40여개)에 가장 많다.

애플스토어는 건물의 모든 면이 투명 유리로 디자인된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역시 안쪽이 훤히 비치는 유리 건물이다. 이곳의 면적은 1297.61㎡로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다.

애플은 애플스토어 입점 조건을 까다롭게 검토한다.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도 유동인구가 적다며 오랫동안 애플스토어를 열지 않았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 애플의 신사옥 ‘애플 파크’를 지은 뒤에야 쿠퍼티노에 애플스토어를 개장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애플 본사가 제공하는 공식 AS를 제공한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에서도 개장 첫날부터 매장 1층 ‘지니어스바’에서 AS를 시작했다. 애플스토어 입점 전에는 교환·환불 서비스를 받으려면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수리를 받기 위해선 애플의 외주 서비스업체를 거쳐야 해 과정이 복잡하고 느렸다.

조만간 애플의 유료 제품 보험 서비스 ‘애플케어 플러스’가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소비자가 일정 비용을 내면 애플이 제품 보증과 기술 지원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주고 수리비 할인 혜택도 2회까지 제공하는 제도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선 다른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애플케어 플러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에도 애플케어 플러스를 도입할 지는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에선 아직 아이폰 개통이 불가능하다. 애플과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벌이고 있는 협상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애플은 이통 3사에게 애플스토어에 ‘대리점 코드’를 부여해 개통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 3사는 애플스토어가 국내 대리점과 마찬가지로 가입자 유치와 요금제 변경, 수납, 계약 철회 등 업무를 맡겠다고 합의하지 않으면 대리점 코드를 부여할 수 없다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게만 혜택을 주면 국내 대리점에서 역차별 문제를 들고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애플이 통신시장에서 ‘갑’인 걸 감안하면 애플스토어는 결국 개통 업무만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애플이 대리점 코드를 받게 되면 다른 애플 제품 판매점과 손잡고 자체 판매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자사 대리점 코드를 프리스비, 에이샵, 윌리스 등 아이폰 리셀러 매장과 공유하면 이들 매장에서도 애플스토어처럼 이통사 약정폰을 팔 수 있다.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가지치기식’으로 한국 스마트폰 유통망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국내 대리점주들과 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글로벌 기업인 애플이 영세 상권을 침해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외국 기업인 애플이 국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거나 유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애플의 애플스토어 설립 취지도 논란이 됐다.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통해 개통업무를 맡게 되면 단말기 판매 수익 외에도 가입자 유치에 따른 판매 장려금 등을 챙길 수 있다. 기존 일반 대리점에서는 판매 장려금과 지원금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굳이 값을 낮추지 않아도 인기가 높은 애플은 고객에게 판매 장려금 일부를 떼어줄 필요를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의 지원금으로 애플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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