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현대미술 난장이 벌어졌다 기사의 사진
하딤 알리 ‘도착’ 연작의 일부. 카펫 위에 이미지를 입힌 태피스트리. 강원국제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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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크레인에서의 난민 음식 시식 퍼포먼스에서 죽은 친구가 남긴 카펫에 수놓은 태피스트리, 세월호 참사 회화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 장소인 강원도 강릉에 현대미술 난장이 벌어졌다.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이다. 홍경한 전시총감독은 2일 사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주제는 ‘악의 사전’이다. 현대사 100년을 하나의 사전으로 보고 인류의 공영과 공존, 즉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악의 표정’들을 되짚었다”고 말했다. 난민, 성차별과 인종차별, 부의 불평등,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성 짙은 주제가 다뤄졌다.

날것 같은 미술언어를 만날 수 있다. 28개국 58작가(팀)가 참여했는데, 시리아 레바논 모잠비크 아프가니스탄 등 비유럽 작가들의 참여 비중이 높아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레바논의 아크람 자타리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정치범들의 사진 작업을 가져와 정치적 억압을 폭로한다. 콜롬비아 작가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는 해골 형상의 개미조각을 통해 내전으로 인한 콜롬비아의 분열 상황을 시각화했다. 멕시코의 호아킨 세구라는 ‘G8’의 국기가 불타고 남은 잔해를 사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강대국이 만드는 세계 질서를 비판한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호주 작가인 하딤 알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그렇게 죽은 친구가 쓰던 카펫을 사용한 태피스트리 작품엔 난파선에서 생존 투쟁을 하는 자국의 신화가 나온다.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도 있다. 장지아 작가는 여성 누드에 찍힌 키스 마크로 ‘ON MY MARK’(군대에서 상관이 쓰는 지시어)라는 글자가 새겨지도록 한 사진작품을 통해 위계질서에 ‘어퍼컷’을 날린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선 방에 각각 흑인과 백인 모델을 실물 형태로 본뜬 작품이 매달려 있어 흠칫 놀라게 된다. 작품에는 상대방의 피부색을 칠해 반전을 주는 한효석 작가의 작품이다.

악조건이야말로 흥미로운 디스플레이 실험 여건이 됐다. 메인 전시장(A홀)으로 쓰인 녹색도시체험센터는 평범한 3층 건물이다. 전용 전시공간이 아니어서 작품들이 볼품없어 보이게도 하지만 더 친숙하게 하는 효과도 낸다. 폐컨테이너를 사용해 지은 가건물(B홀)이 압권이다. 최대 7∼8m 높이로 스펙터클한 작품 설치가 가능하다. 곳곳의 컨테이너는 그 자체가 개인전 공간이 되고, 영상을 투사하는 벽면이 되기도 한다. 신제현의 ‘해피밀’은 고공 크레인에서 난민 국가의 전통 음식을 관객이 시식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난민들의 불안한 처지를 상징화한다. 김영훈 디황 두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3월 18일까지.

강릉=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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