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힘을 통한 평화와 평창 이후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미국’을 대내외에 다시 한번 천명했다. 국정연설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해선 “핵무기가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난해 7∼8월 한껏 수위가 높아지기만 했던 한반도 안보위기 때의 수준은 아니지만, 북한을 겨냥한 이른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북한의 최대의 위협, 즉 핵을 폐기하기 위해선 대화 외에 최고 수준의 압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최근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소위 ‘코피 전략’이나 대북 선제타격론 역시 이런 차원에서 미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방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대단히 위협적인 방안임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의 출발점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커다란 실패로 끝났다고 규정한 데서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가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전략적 인내’로 대변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결국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만 가져왔고,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을 바로 자신들(트럼프 행정부)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게 현 행정부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과거의 경험은 우리에게 안주와 양보는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나는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보듯 미국의 대외 안보 전략의 첫 번째 가치는 ‘힘을 통한 평화’다. 자국 우선주의 실현을 위해선 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미국의 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서며, 궁극적인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뒤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과연 한반도 안보 상황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올해 들어 어렵사리 남북 대화의 시작은 이뤄냈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대화까지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위기의 본질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그대로 둔 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에 맞춘 이벤트성 대화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대한민국과 공유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으로 들어간다면 대답은 ‘노’에 가깝다. 따라서 최근 단순한 남북 교류가 이어진다고 해서, 남북 대표단이 오간다고 해서 안보 위기의 본질이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물론 남북 대화는 필요하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하고,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 간에 대화가 계속된다 해서 위기의 본질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북·미 간 대화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미 행정부가 북한을 진정한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설령 접촉이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올림픽 기간 북·미 양자 또는 남북·미 3자 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이번 올림픽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미 정부 고위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좋은 기회다. 남·북·미 3자 대화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북·미 접촉을 중재하는 것도 정부로선 좋은 일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진정한 평화 올림픽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이런 대화 시도는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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