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방한 용품도 사비로… 뿔난 평창 자원봉사자들 기사의 사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3일 유니폼을 입은 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 2만4000여명은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처우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열악한 환경·부실 처우 논란

개·폐회식 자원봉사 60여명
한때 리허설 ‘보이콧’ 주장

온수 제한·부실한 식단 등
SNS에 불만의 글도 줄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부실한 교통 지원, 숙소 등 열악한 처우 문제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칫 올림픽 흥행에 장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 개·폐회식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 193명 중 60여명은 3일 오전 모의 개회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날 오후 7시에 열릴 개회식 시간이 불과 10시간도 채 안 남은 때였다. 전날 오후 8시쯤 1시간 가까이 추위 속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린 게 도화선이었다. 전에도 버스 연착 등이 비일비재해 불만이 쌓인 데다 조직위로부터 이와 관련한 진정한 사과도 듣지 못하자 결국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개회식 직전 조직위가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사명감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4일 오후 강릉 선수촌 근처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전모(22·여)씨와 최모(21·여)씨는 “셔틀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오래 기다리는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45분마다 (셔틀버스) 한 대가 온다. 사실상 그 시간만큼 추가적으로 일하는 셈”이라며 “이마저도 일정하지 않아 1시간씩 서서 기다릴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셔틀버스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 숙소가 아닌 집에서 출퇴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이마저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모(23·여)씨는 “셔틀버스는 숙소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며 “집에서 다니는 사람은 시내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를 하는 셈이다.

온라인에서도 폭로가 줄줄이 이어졌다. 3일 한 네티즌은 “유니폼 재고가 없으니 사비로 준비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직위는 자원봉사자들에게 “250∼260 사이즈 방한화 재고가 없으니 검은색 신발을 신고 상표를 가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자원봉사자들은 “근무가 이달부터 시작돼 아직 받지 못한 건데 사전수령을 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불이익을 주는 게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제한된 온수 공급 시간, 사람에 비해 부족한 세탁기, 부실한 식단을 지적하는 글을 온라인상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지난 2일 오후 “동계올림픽은 산간지역에서 개최되므로 숙박이나 수송 등 여러 면에서 원천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불편사항 시정과 사기진작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다는 점을 약속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하루 뒤에도 시정이 되지 않은 셈이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원봉사활동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평창=손재호 기자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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