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자극적인 신앙 간증 범람… 눈물샘 자극은 애교 재미 위해 각색·창작까지

안태근 전 검사 간증 논란 내용도 아전인수격 해석… 개인 고백인 만큼 검증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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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회에서 열린 간증집회에서 강사의 인도에 따라 교인들이 손을 들고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검사가 세례에 앞서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눈물의 간증’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신앙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사람이 간증을 했고 내용도 아전인수 격 해석이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개인의 신앙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세간의 비판이 가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간증의 뿌리는 성경이다. 성경 속 예수가 행했던 기적이나 병 고침 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간증이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인들이 간증에 노출되는 빈도는 항상 높다.

하지만 이번 논란 이전부터 교계에서는 ‘무리한 간증’으로 구설에 오른 사례가 많았다.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면서 눈물샘만 자극하는 간증,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간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천국에 다녀왔다거나 죽음을 경험했다는 내용의 책이 출판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유명 강사의 간증 내용이 각색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몇 해 전부터 간증 강사로 인기를 끌고 있는 A장로는 주일엔 찾는 교회가 많아 일정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최근 들어 A장로의 지인들은 그의 간증이 점점 길어진다고 말한다. 과거 자신이 한 경험인 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간혹 사건은 그대로인데 발생한 계절과 낮, 밤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간증 내용이 점차 드라마틱해지는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각색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예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기독교계를 배경으로 사업을 하는 B집사는 몇몇 간증집회에 참가한 뒤 ‘간증병’에 걸린 경우다.

간증을 듣고 은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강사로 나서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사업 때문에 교회에 막 나가기 시작해 신앙이 깊지 않은 B집사는 방송 작가까지 고용해 자신의 간증을 ‘창작’하고 있다. “잘 좀 만들어 보라”면서 유명 강사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대로 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간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B집사는 요즘도 작가들을 만나 대본을 준비하고 있다. ‘간증 강사’로 전국을 돌며 사업도 확장하고 강사비도 받겠다는 속셈이다.

건강한 간증이 신자들의 신앙을 풍성하게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신학자들은 간증이 개인의 고백인 만큼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당부한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5일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받은 은혜를 지인들과 나누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교인들 앞에서 하는 간증은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신학적으로 지도를 받아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검증이 왜 필요할까. 성 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안 좋은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은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데 반복적으로 간증하다 보면 ‘가짜 과거’를 만들어 이를 진짜라고 믿는다”면서 “신앙과 직결되는 간증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산하 평신도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교단 차원의 간증 강사 검증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을 간증 강사로 소개하면서 전국 규모의 집회에 세워달라는 요구를 하는 목회자와 장로, 심지어 연예인까지 있다”면서 “강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건강한 강사들이 양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단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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