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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기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희망하며

[시사풍향계-김기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희망하며 기사의 사진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미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개막을 하루 앞둔 현재 그렇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일이 있었다. 3수를 하며 어렵사리 유치에 성공했지만 개최 비용이 지나치다는, 그리고 환경 파괴가 심하다는 시민단체와 국민의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태에 체육계 전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싸늘해졌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유치를 위한 후원금 유치에 애를 태웠고 저조한 티켓 예매율에 텅 빈 경기장을 걱정하기도 했다. 신년사를 통해 밝힌 북한의 올림픽 참여 의지에 ‘평화올림픽’을 기치로 든 정부의 대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 지지와 비판이 공존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올림픽과 스포츠의 지나친 정치화에 대한 비판과 냉소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평창올림픽을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1896년 재건된 근대올림픽의 기본 정신이 화합과 평화이기 때문이다. 근대올림픽은 애초부터 개최국의 경제적 발전과 같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인류 평화의 증진이라는 대의명분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교류와 화합은 필수다. 스포츠를 통해 상대에 대한 적대감의 해소와 배려가 이루어질 때 인류는 비로소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이 근대올림픽 부활의 정신이라고 쿠베르탱 역사 소설 ‘더 아이딜리스트(The Idealist)’의 저자이자 올림픽전문가 조지 허슬러는 전한다.

“올림픽은 이 시대의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라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신년 메시지는 122년 전 근대올림픽의 비전이 지금도 유효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남과 북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 한반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 평창올림픽은 이미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고 있으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17일 동안 이어질 올림픽 기간 역시 오늘의 성공 동력을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종합 4위를 목표로 역대 최대 규모인 145명의 선수단이 참여한다. 승패가 있는 국가 대항전이 경기의 기본 단위로 구성된 올림픽은 그 속성상 자국 선수 경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언론의 집중 보도가 자연스럽다. 경기 하나하나를 전 국민이 공유하고 함께 호흡하게 되며 소중한 사회 통합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더해 남과 북이 함께 출전하고 응원하는 모습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이제는 촌스러울 수도 있는 벅찬 감동이 전해 올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와 소통하며 우리의 존재감을 확인할 것이다. 이 모든 요인이 올림픽 폐막까지 대회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올림픽의 진정한 성공은 폐막 후 중장기적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평화올림픽’이 정치적 수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가 한층 두터워졌음을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동북아의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의 실타래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림픽 시설의 지속가능한 활용과 이를 통한 동계스포츠의 저변 확대,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라는 올림픽 슬로건에 걸맞은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허브로 평창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88서울올림픽은 냉전의 종식, 산업화와 경제발전, 국제적 위상 제고, 자긍심 고취, 스포츠 인프라 구축 그리고 비로소 개인이 즐기는 생활스포츠의 태동이라는 다양한 유산을 남겼다. 30년이 지난 2018 평창올림픽이 앞으로 어떤 유산을 남기게 될지 궁금하다. 좋은 시작은 절반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성공은 우리 하기 나름이다.

김기한(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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