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오지 돌며 13년간 이동진료

국민훈장 목련장 받은 이재훈·박재연 선교사 부부

아프리카 오지 돌며 13년간 이동진료 기사의 사진
이재훈 마다가스카르 선교사가 지난해 4월 오지 이동진료 현장에서 가슴에 혹이 난 아이를 치료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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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서 호명된 이름은 ‘이재훈’이었지만 전 그저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사람들의 열망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게 했을 뿐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희망의 ‘가치’를 위해 ‘같이’ 일해주신 겁니다.”

6일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훈(51) 선교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슴에 달아 준 훈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선교사와 아내 박재연(52) 선교사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다. 2005년 의료복지의 불모지 마다가스카르로 떠나 13년 동안 오지를 돌아다니며 빈민 대상으로 이동진료사업을 펼쳐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선교사의 마다가스카르 의료선교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30일까지 총 17차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역경의 열매’에 연재됐다.

그는 의료봉사를 펼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며 2011년 제정된 ‘이태석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낮은 자리에서 묵묵하게 헌신하며 희망을 전했다’는 수상 배경은 같았지만 7년여를 두고 이 선교사가 시상대에 오르며 가졌던 생각엔 차이가 있었다.

“그때(2011년)까지만 해도 안개가 자욱한 호수처럼 막막했어요. ‘한 알의 밀알처럼 일하다 떨어져 죽으면 어떻게든 하나님이 열매를 맺게 하시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뿐이었죠. 지금은 안개가 걷히고 뭔가 좀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리·환경적으로 고립된 이들에게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보건의료 역사에 남을 만한 귀한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습니다.”

이 선교사는 최근 마다가스카르 정부로부터 공중보건국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정부가 국가 재정능력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자국민에게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주는 것조차 힘들다고 결론내고 이 선교사와 의료팀이 진행해 온 이동진료 방식이 유일한 대안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에선 인구 1만명당 의사가 1.6명에 불과하고 특히 오지 주민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멀게는 수백 ㎞를 걸어야 한다”며 “하루 수입이 1달러도 안 되는 이들이 교통비와 치료비가 없어 동네 무당을 찾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진료 전문의 제도’를 구현해 낼 청사진을 설명했다.

“그동안 치료해 온 2만5000여개의 차트를 분석해 보니 자주 발생하는 질환 상위 20개가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더군요. 이동진료 시 가장 필요한 수술 20가지를 중심으로 훈련시키고 테스트를 거쳐 자격을 주면 한 의료팀이 연간 1만8000여명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정부도, 유엔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죠. 마다가스카르엔 행정구역상 117개의 도(District)가 있는데 이 중 54개 도엔 의료진이 없습니다. 10∼15년 내에 1200만여명의 주민에게 질 높은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시스템의 완성은 ‘이재훈’ 없이 각지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현지 의료환경 분석을 통한 논문 발표, 훈련센터 건립 등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아내 박 선교사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기도해주셨던 분들은 물론 마다가스카르를 잘 알지 못했던 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마다가스카르에 희망의 문을 열어주는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수님께서 환자들을 치료하시며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선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극오지 주민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마치 천국이 그들에게 임하는 것과 같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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