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환자가 중심되는 유연한 정책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1년 맞은 희귀질환 관리법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환자중심'의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2016년 12월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면서 희귀질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됐다. 그리고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 시행을 발표함에 따라 많은 희귀질환자들은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정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희귀질환관리법은 시행 1년이 넘었지만, 환자들의 치료 관리보다는 연구개발에 치중하고 있어 희귀질환자들의 치료비 경감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으로 지난 1월 23일 열린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 정책토론회에서는 희귀질환관리법의 지난 성과를 평가하고,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희귀질환자 보장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인하대병원 희귀유전질환센터장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채종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희귀질환자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희귀질환 치료약 가격 높거나 비급여 많아=희귀질환 치료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의료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희귀질환은 완치 없이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 치료제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부분 가격이 높고 비급여인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희귀질환은 진단 자체도 어렵지만 진단이 됐더라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사회적 격리 상태에 빠지게 된다. 치료제가 있더라도 보험이 되지 않는 고가의 약제의 경우,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만명에 달하는 희귀질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율은 58%에 불과하다. 전체 치료제의 급여 등재율 74%와 비교했을 때 부담이 높은 편이다. 이전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많이 강화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오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 초고가 약제의 신속한 급여화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급여 확대 등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임상시험 후 수억 원에 달하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선택적인 급여가 아니라 보편적인 급여로 실현되길 바란다. 특히 의료 분야의 정책은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희귀질환의 ‘귀’는 한문으로 ‘貴(귀할 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정말로 희귀질환자들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난치질환 환자 중심 정책 개선 시급=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과 관련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환자 중심의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김 전무는 “제 1차 희귀질환 관리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은 희귀질환의 진단, 치료, 관리를 위한 등록체계 구축, 전문기관 및 인력 양성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치료 혜택과 관련된 치료제의 보험 급여지원 정책은 부재하다”며 “특히 희귀의약품의 허가 2년 이내 등재율은 50% 미만으로 일반 신약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희귀의약품의 허가 후 등재 소요기간은 25.3개월로 비희귀질환의 15.1개월에 비해 10개월 이상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율이 낮은 이유는 비교 약제가 없거나, 적은 환자 수로 경제성평가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2013년 위험분담제도, 2015년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제도 조건으로 인해 희귀질환 치료제가 경제성평가를 면제 받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전무는 희귀질환자가 소수인 것을 감안해 제도가 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임상순위 6위, 서울은 전세계 임상도시 1위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희귀의약품의 국내 임상에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희귀의약품의 국내 도입 여부는 약제의 보험 적용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선진국의 경우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에 약가 우대 등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여러 희귀질환 치료제가 도입되는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인센티브와 유연한 약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 지출 규모를 확대하고 희귀의약품에 대한 선별급여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보험등재 절차 또한 위험분담제에서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경제성평가를 면제하고, 경제성평가 특례제도에서 대체 약제의 기준을 완화해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신속히 보험 등재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무는 “무엇보다 희귀질환관리법의 기본은 환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측 가능한 산정특례 적용 대상 희귀질환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부처별 시스템 연계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의 용어 및 기준 통일 등을 제시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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