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충격 그후… 케미포비아 거쳐 생리컵 유용 논란 성교육 자성론도 기사의 사진
지난해 9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교수는 서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생리대 유해성분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이어 작년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발표한 생리대 유해물질 실험결과로 국민들은 한동안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에 시달렸다. 보건당국이 자체 안전성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성들은 이전과 달라졌다. 생리대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2월 국내 생리대 모든 제품에서 건강 위해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유통되는 일회용 생리용품(666품목)과 기저귀(370품목)에서 검출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인체 위해성을 분석한 2차 결과로 앞서 11월 진행한 1차 조사에 이은 것이다. 과학계도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김영미 경희대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는 “논란이 된 논문의 실험방법과 결과의 타당성은 과학자로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백 종의 화학물질을 기준없이 휘발성유기화합물로 통칭한 것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교수는 “해당 실험결과의 오차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며 “의미를 도출하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한지호(27·가명)씨는 보건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한씨는 특정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양이 줄어든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씨는 “내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데 어떡하겠느냐. 그나마 괜찮았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와 같이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팩트체크를 신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에 여성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면생리대와 생리컵이 대체제로 부상했고, 유명 브랜드 보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중소업체 제품 선호도가 높아졌다. 직장인 박은주(25·가명)씨는 요즘 온라인 쇼핑몰로 일회용 생리대를 구매한다. 중소업체 제품을 주로 찾지만 안전한 선택인지는 모른다. 박씨는 면생리대를 사용해본 적이 있다. 박씨는 “면생리대가 몸에 좋은 건 알지만 다시 핏물 빨래 하기는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생리컵의 경우 올해부터 국내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의약외품 허가절차·사례가 없어 판매 금지 품목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구매 등으로 생리컵을 접했다.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현우(31·가명)씨는 “생리컵을 사용한지 1년 정도 됐다. 호기심으로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생리컵을 공부했다. 생리하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고 추천했다.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입·제조 관련 허가 절차도 마련됐다. 국내 첫 허가 제품도 시장에 나왔다. 국내 업체들도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생리컵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생리’에 대한 성별 인식 차를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앞선 사례의 박씨는 “당시 엄살이 심하다는 남성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생리를 참을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어 놀랐다. 평소 운동을 하라며 훈계하는 어른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리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공론화되면서 남성들이 기존 지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존 성교육이 생식 위주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권에 기반한 성평등 교육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남성중심의 지식체계가 통하지 않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성의 반성과 자성, 자기 경험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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