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다가온 가상현실 치료… 교정시설서 음주범죄 막기 시범사업 기사의 사진
음주운전 사고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A씨가 주취상태 운전을 구현한 가상현실(VR)치료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
국내 교정체계가 변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을 사회로부터 분리·감독하는 방식에서 재범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교정으로 태도를 전환했다. 그 첫 시도가 ‘가상현실(Virtual Relity, 이하 VR)’을 활용한 치료다. 그동안 알코올 중독 범죄의 경우 처벌만으로는 교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치료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술을 마시는 중독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는 2018년 1월부터 전국 10개 보호관찰소에서 반복적인 알코올 문제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수강명령,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약 5000명을 대상으로 VR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주취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VR치료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VR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인천보호관찰소를 찾았다.

◇현실 같은 체험, 생각·행동을 변화 시킨다= 인천보호관찰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메딕션컨소시엄이 개발하고 2016년 법무부 연구용역으로 효과를 일부 확인한 ‘알코올 중독 범죄자 VR치료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은 음주운전과 같은 고위험 상황이나 술자리에서의 알코올 권유, 부부싸움이나 직장 내 스트레스 유발환경, 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상황에 대한 화면을 3차원으로 반복해 보여주며 상황대처나 권유를 거절하는 훈련내용으로 구성돼있다. 구체적으로 보호관찰대상자는 일상에서 배우자가 구박을 하거나 직장에서 동료들이 타박을 하는 등 술이 마시고 싶어지는 상황을 화면으로 시청한다. 이어 정면에서 구토를 하는 등 혐오스러운 상황을 보거나 직접 육성으로 거절의 말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가상현실 속 자극으로 인한 분노나 흥분과 같은 감정상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심박수를 측정해 ‘이상심박수’가 측정될 경우 Q-sound(감정이완 음악)를 들려주는 등 즉각적인 처치와 분석도 가능하다. 현재 음주운전 중 사고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A씨(22)는 “입체적이라 현실적이다. 음주운전이나 음주상황에는 화면이 흔들려 술을 마신 것 같다”고 표현하며 “술을 줄이고, 술을 먹으면 운전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다. 후회도 많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알코올 의존증 VR치료, 2마리 토끼 잡는 방법= 중독심리전문가이자 보호관찰소에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이상규 계장은 “행동치료는 자발적인 참여가 효과적이지만 보호관찰대상자 대부분은 수동적”이라며 “일반교육의 효과가 적은 반면 VR치료는 체험형으로 구성돼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감나는 콘텐츠로 제작해 자기노출과 몰입감을 높여 음주에 대한 폐해를 인식하고 금주나 절주를 유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직접 필요한 기능이나 콘텐츠를 요청해 적용하는 등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범죄성을 개선하고 재범을 방지해 국민안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효과뿐 아니라 비용절감효과도 있다. 그는 “2만여명의 알코올 관련 사범 중 약 30%인 고위험군 6000여명의 심리치료비용으로 연간 약 43억2000만원 소요된다”며 “VR치료 도입 3년간 약 43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고위험군의 재범률은 12%로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1인당 1500만원에 달한다”며 “VR치료를 통해 매년 2%p씩 재범을 감소시킬 경우 매년 약 1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알코올 의존증 사범 VR치료를 위해 임상심리, 중독심리 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협조를 얻어 프로그램을 제작·발전시켜 적용대상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오준엽·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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